이재용 5년 취업제한에.."무보수는 취업 아니지"
법조계에서는 취업제한 규정 자체가 위헌성이 짙을 뿐만 아니라 법 적용도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경제사범전담팀은 최근 이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사실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특경법 상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데 대한 조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르면 이 법에 규정한 횡령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는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 동안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특경법 시행령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공범이 범행 당시 임원 또는 과장급 이상의 간부로 있었던 기업체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서 취업제한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는 범행 당시 삼성전자 임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해당된다.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재판 과정에서 1년 정도 구속돼 있었기 때문에 남은 1년 6개월 형기를 채우면 출소한다. 취업제한 5년은 출소한 날부터 적용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이 부회장의 공백기는 앞으로 최소 6년6개월이 된다.
취업제한 기간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 동안'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사면을 받는다고 해도 취업제한을 피할 수 없다.
취업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무부의 승인을 받는다면 조기에 취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복귀를 위한 법무부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결국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는 "취업제한 규정이 경제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취업제한은 또 다른 형벌이고 직업의 자유인 기본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런 것은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제한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특경법 제14조에 규정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에 취업할 수 없는지'는 특경법 시행령 제10조에 규정돼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규를 제정할 경우 핵심적인 내용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어느 기업에 취업할 수 없느냐 하는 문제는 취업제한 규정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의 지적대로라면 해당 시행령은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한 위헌 규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더불어 취업제한 규정은 형벌 성격이 짙은 행정처분임에도 시행령에 핵심 내용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 부회장 쪽에서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이 같은 해석들을 근거로 문제의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강화돼 총수의 제왕적, 독단적 경영이 어려워졌다. 또한 기관의 규제, 처벌은 차선이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준법경영을 함양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최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삼성은 법원 지시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까지 설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복귀를 제한한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최 교수는 "법무부도 (취업제한 통보에)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무보수로 근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취업은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계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우를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공직자윤리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법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퇴직 전 일정기간 동안 맡았던 업무와 관계된 기업체에 취직할 수 없다.
여기서 '취업'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기업에 어느 정도 종속된 위치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은 관계를 뜻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해석을 그대로 끌어다 쓴다면 이 부회장의 무보수 근무를 취업으로 보지 않을 여지도 있다. 다만 각 법률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 해석을 특경법 해석에 그대로 끌어다 쓰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SK 등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2014년 유죄를 확정받았으나 미등기 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범행 당시 SK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취업제한 규정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됐다. 이때 SK는 최 회장이 무보수 근무 중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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