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남성 포착해놓고도 '무사통과'..감시장비 있으나마나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1. 2. 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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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통일전망대 근처 배수로→7번 국도 남하→검거
검문소 CCTV에 잡히기 전 이미 감시장비 포착
작동방식 특성상 허점 자체는 생길 수 있어
통일전망대 쪽 바닷가에선 물골 등으로 인해 사각지대도
근무태만 가능성도 배제 못해..합참, 경계 실패 인정
적막감 감도는 동해안 접경지역.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강원도 고성 해안가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일대에서 검거된 북한 남성은 새벽 4시 20분 군의 CCTV에 처음 식별되기 전에도 다른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왜 적절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여러 감시장비에 이 남성이 찍혔지만 군이 전혀 몰랐던 이유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동해 바다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에서 3km 정도 떨어진 GOP 남쪽 해안으로 올라와, 통일전망대 근처 바닷가 철책 바로 밑에 있는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서는 문제의 잠수복과 오리발도 발견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수복처럼 일체형으로 돼 있는 옷 안에, 솜동복처럼 점퍼 같은 것을 완전히 다 입고 바깥에 끈으로 졸라매서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는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6시간 남짓 동안 잠수해서 수영으로 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통일전망대 바로 옆에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5km 정도를 움직이던 중 새벽 4시 20분쯤 민통선 검문소의 CCTV에 식별됐다. 이어 군 병력이 출동했고 6시 35분 1급 경계태세(진돗개 하나)가 발령됐으며, 주변을 수색한 결과 7시 20분쯤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육군 22보병사단이 이 일대에서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열상감시장비(TOD)나 복합감시카메라와 같은 감시장비가 설치돼 있고 군 병력이 주기적으로 순찰도 한다. TOD는 물체가 내는 열을 감지해 모니터에 표시하며, 감시카메라는 밤에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IR)을 이용해 물체를 식별한다.

보통 실내 근무자들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이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보고하고, 기동타격대를 출동시키는 등의 임무를 맡는다. 군 관계자는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이며 어떻게 몇 차례 포착됐는지를 (현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의 체온을 잴 때도 어떤 부위로 재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측정될 수 있는 것처럼, TOD가 일반적인 카메라만큼 형상이 정확하게 잡히진 않는다. 적외선 감시카메라는 보통 흑백인데 적외선 조명을 비춰줘야 제대로 보이며,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비교적 짧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5월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날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한 소형 보트를 감식하고 있다. 해경은 중국인 6명이 이 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중국인 여러 명이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했을 당시에도 이 보트는 레이더와 복합감시카메라, TOD에 여러 번 포착됐다. 그런데 운용병들은 이를 밀입국 보트가 아니라 레저용 보트나 낚싯배로 잘못 판단했다.

물론 이 사례는 오판으로 경계에 허점이 생긴 것이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첨단장비만 가지고 매번 정확한 식별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관련 경험이 있는 복수의 전현직 군인들은 근무 당시에는 수상한 일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가 차후에 사람 등으로 판명돼 징계를 받거나, 반대로 바위가 복사열을 받아 사람처럼 또는 돌고래가 잠수함처럼 식별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고 증언한다.

또, 해당 지역은 금강산 일대 산악지대와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지형이 험준하며 물골 등도 생겨 경계병력의 근무지와 감시장비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륙 산악지대는 각 근무지 사이의 거리가 좁은 편이지만, 바닷가라는 특성상 한 곳에서 경계해야 할 지역도 넓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지형 때문에 첨단 경계시스템에도 사각지대는 생기며, 일부 지역은 인공물로 인해 사람이 숨을 수 있는 경계 취약지점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감시장비의 특성과는 별개로, 제대로 포착됐는데 상황근무자들이 태만해 그냥 넘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매뉴얼에 의하면 신병을 확보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 박정환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민통선 이북에서 발견했고 신병을 확보해 3시간만에 작전을 종결했지만 경계작전요원과 경계시설물 관리 등 해안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현장을 조사한 뒤 경계작전지휘관 회의와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과오'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경계 실패'를 인정했기 때문에, 해당 부대에 대한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가 끝난 뒤 대대적인 징계 조치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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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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