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고대 역사의 빈자리 채워 가는 과학의 힘

유용하 2021. 2. 18.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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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고 하면 페도라 모자를 쓰고 낡은 크로스백을 멘 채 유물을 찾아 헤매는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고고학자들은 인디아나 존스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유물을 찾아나서는 현장 작업자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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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하르 살림 카이로의대 교수(영상분석학)가 이집트 제17왕조 시대 ‘용맹왕’ 세케넨레 2세의 미라를 CT로 분석하는 모습.이집트 카이로대학 제공

고고학이라고 하면 페도라 모자를 쓰고 낡은 크로스백을 멘 채 유물을 찾아 헤매는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고고학자들은 인디아나 존스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유물을 찾아나서는 현장 작업자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현대 고고학자들은 현장 발굴에도 나서지만 발굴된 유물의 DNA를 분석해 혈연과 민족 간 연관관계, 집단이나 문화의 이동경로를 밝혀내는가 하면 인공위성, 항공기에 탑재된 레이저 관측장비로 땅속에 묻혀 있는 고대도시를 찾아냅니다. 수백만건의 고문서를 빅데이터로 바꿔 인공지능(AI)으로 과거의 모습을 사진처럼 복원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현대 고고학자들은 첨단 과학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과학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이 이번에도 첨단 기술을 이용해 역사 속 수수께끼를 풀어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의대 카스르 알 아이니 병원 연구팀은 이집트 정부의 유물부와 함께 컴퓨터 단층촬영(CT) 기술로 기원전 16세기 이집트 신왕국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던 파라오의 사망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첨단 의학-병리학’ 17일자에 실렸습니다.

●단층촬영 기술로 파라오 사망원인 밝혀

이집트 중왕국 시대의 제17왕조는 ‘힉소스’로 불리는 이민족이 세운 제15~16왕조와 함께 존재하면서 경쟁했는데 최종 승리해 이집트 신왕국 시대를 열었습니다. 특히 ‘용맹왕’으로 불린 제17왕조의 세케넨레 2세(재위 기원전 1560~1558년)는 이집트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세케넨레 2세의 미라는 1880년대 처음 발견된 뒤 고고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들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처음 엑스선 분석을 통해 세케넨레 2세는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또 미라의 상태가 다른 파라오들에 비해 열악한 상태라는 점 때문에 세케넨레 2세는 힉소스와의 전쟁 중에 붙잡혀 처형된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왕실 내 암투로 암살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세케넨레 2세’ 전장에서 공개 처형 확인

연구팀이 CT 촬영을 통해 미라의 방부처리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까지 볼 수 있게 되면서 왕의 머리 부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세케넨레 2세의 사망 당시 나이는 40세 전후였으며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공개 처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라를 만들 때 정교한 방법으로 왕의 머리 상처를 감출 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미라의 상태를 보면 신전같이 미라를 만드는 정식 장소가 아닌 곳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또 연구팀은 제17왕조 이후 이집트 신왕국의 많은 파라오 미라를 CT 분석했지만 세케넨레 2세처럼 전장의 최전선에서 붙잡혀 처형당한 왕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처럼 고고학이나 역사학 같은 전통 인문학 분야에서도 과학의 힘을 빌려 상상력의 빈자리를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만으로도 과학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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