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경영 되나 안 되나..'이재용 취업제한' 침묵하는 삼성, 왜?

송채경화 2021. 2.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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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입장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은 이후 이사회 등 삼성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경영학)은 "법무부에서 취업 제한 통보가 왔으면 삼성전자에 대한 준법 감시를 해야 하는 이사회에서 빨리 이 부회장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며 "준감위도 준법 경영 차원에서 삼성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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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업범죄]법무부에 취업승인 요청할 건지
이사회·준법감시위도 언급 꺼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공식 입장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은 이후 이사회 등 삼성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퇴사’ 여부부터 경영 관여 수위까지를 놓고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법의 빈틈과 여론을 염두에 둔 ‘저강도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17일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사안과 관련해 <한겨레>에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법무부가 이 부회장 쪽에 ‘5년 취업 제한’을 통보한 당시는 물론, 통보 사실이 알려진 16일에도 언론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경영진)에서 아무런 가이드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팀은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통보를 받은 사실도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5일 이 부회장 쪽에 취업 제한 대상자라는 점과 취업 승인 신청 절차 등을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86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돈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줬다는 이유로 지난달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입을 닫고 있다. 전날 회의를 연 뒤 낸 보도자료엔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 다만 회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문제가 거론됐다. 준감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한겨레>에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통보와 해당 법의 취지 등을 놓고 기초 토론은 있었다. 위원들 간 입장이 갈린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준감위는 지난해 2월 삼성의 준법경영 감시와 지원을 위해 김지형 전 대법관 등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졌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법무부 통보 다음날인 지난 16일 열렸지만 이 부회장 관련 논의는 없었다. 박재완 이사회 의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부회장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 이사회 논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침묵은 총수의 거취 문제라는 사안의 무게 탓도 있지만 특경가법상 취업 제한 규정의 모호함을 활용하려는 의도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경가법은 취업 제한 시점을 ‘실형이 종료된 시점 이후 5년’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 취업 제한이 적용되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옥중 경영은 가능하다’란 주장을 펴고, 진보 성향 전문가 그룹에선 ‘형이 종료된 이후에도 취업이 제한되는데 형 중에는 취업이 허용된다는 건 모순’이라며 맞선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으로선 공식 입장을 내어 자칫 (특경가법상) 취업 제한 규정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꺼려할 것” “(삼성의 침묵은) 저강도 대응 전략으로 읽힌다”라는 반응이나 “침묵하며 취업 제한 규정의 모호함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보 성향 단체에선 삼성전자 이사회와 준감위의 적극 대처를 주문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경영학)은 “법무부에서 취업 제한 통보가 왔으면 삼성전자에 대한 준법 감시를 해야 하는 이사회에서 빨리 이 부회장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며 “준감위도 준법 경영 차원에서 삼성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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