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노동시간 보장 등 미흡..'가사근로자법' 정부안 구멍

박준용 2021. 2.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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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형태의 '가사근로자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의원안은 예외 없이 최소 노동시간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안보다는 나아갔지만 역시 차선책으로 보인다. 영세한 직업소개소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일부 가사 플랫폼 기업만 이익을 볼 것"이라며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인증받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같은 노동자인데 왜 특별법으로 근로기준법보다 낮은 수준의 보호를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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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임시국회서 논의 본격화]
가사노동자 특별법 올해 입법 추진
의원들 발의안 '최소 1주일 15시간'
정부안은 '15시간 미만' 노동 가능
휴게시간 보장하는 조항도 없어
발의안 모두 '알선' 받는 경우 배제
근로기준법보다 낮은 보호기준 한계
가사노동자들이 지난해 6월16일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사노동자를 표현한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형태의 ‘가사근로자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의원 발의안과 달리 정부안에는 노동시간 기준 등에서 가사노동자 보호 규정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발의된 법안들이 법외 가사노동자 모두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가사근로자법’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제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사노동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가사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배제 조항이 삽입되면서 그동안 법외 노동자로 존재해왔다. 2019년 통계청 집계를 보면, 가사노동 종사자는 15만6천명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6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민주당의 필수노동자 티에프(TF)는 가사근로자법을 10대 입법·정책과제에 포함했고, 고용노동부도 올해 환노위 업무보고에 법 제정 계획을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같은 해 9월 법안을 발의했다. 세가지 발의안 모두 특별법 형태이고, 가사노동 제공 기관이 정부의 인증을 받아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진·강은미 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세부적인 노동조건을 규정했고, 정부안은 상대적으로 별도 규정을 두지 않거나 예외조항을 뒀다.

대표적인 게 최소 노동시간 기준이다. 이수진·강은미 안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에 15시간’ 동안 근무해야 퇴직금과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최소 1주일에 15시간 동안 근무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가사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는 경우 또는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 주당 15시간 미만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시간도 이수진·강은미 안은 ‘1시간마다 10분’으로 명시했지만, 정부안에는 별도 규정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소 노동시간 예외 조항은 가사노동자가 사정이 생겨 근무를 못 하는 등 제한적 상황을 뜻한다”며 “휴게시간 부분도 일터에서 휴식이 여의치 않은 가사노동자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의안 셋 모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 법안 모두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직업소개소를 통해 ‘알선’만 받아 일하는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에 가사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보다 낮은 수준의 특별법을 적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근원적인 지적도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의원안은 예외 없이 최소 노동시간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안보다는 나아갔지만 역시 차선책으로 보인다. 영세한 직업소개소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일부 가사 플랫폼 기업만 이익을 볼 것”이라며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인증받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같은 노동자인데 왜 특별법으로 근로기준법보다 낮은 수준의 보호를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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