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스公 사장 채희봉 앉히려.. '산업부 화이트리스트' 의혹
채, 靑퇴직 6개월 지나 자격 갖추자.. 再공모로 임명
산업부 "첫 공모때 靑민정서 후보들 부적절 의견 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한국가스공사 사장직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사장 공모 과정을 취소시키고 채 전 비서관이 조건을 갖춘 뒤 재(再)공모를 했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됐다. 법원은 지난 9일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서류 심사 합격자 7명 전원을 불합격 처리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업무방해죄로 실형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채 전 비서관의 한국가스공사 사장직 임명도 환경부 사례와 비슷한 점을 들어 ‘산업부 화이트리스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가스공사는 2018년 11월 19일 사장 공모를 냈다. 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사장직에 공모한 이들을 평가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후보를 추천하면 공운위가 이를 의결한 뒤 산업부 장관이 제청해 사장이 임명되는 구조다. 임추위는 당시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강대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한국가스공사 내부 출신인 김효선 박사 3명을 공운위에 추천했고, 공운위는 이 중 조 전 사장과 김 박사 2명을 최종 후보로 의결했다. 이 중 1명이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윤모 당시 산업부 장관은 제청 없이 임추위에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임추위와 공운위까지 거친 사람 중에 적임자를 못 골라 재공모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공모가 무산된 배경에는 채 전 비서관이 있다는 게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 이야기다. 당시 한국가스공사 주변에선 ‘채 전 비서관이 이미 청와대로부터 사장직 낙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문제는 당시 채 전 비서관이 후보 적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정관 23조는 ‘후보 추천일(日)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최근 6개월 이내에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있는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2018년 10월 청와대에서 퇴직한 채 전 비서관은 6개월 규정을 채우지 못해 추천 자체가 불가능했다. 1차 공모 최종 후보였던 한 인사는 “내가 안 되더라도 당연히 1차 공모자 중 사장이 나올 줄 알았다”며 “내정설이 있긴 했지만 공모 자체가 어그러질 줄 몰랐다”고 했다.
1차 공모 무산 뒤에도 한참 동안 재공모를 하지 않다가 2019년 4월 10일에서야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때는 채 전 비서관이 퇴직 6개월을 막 넘긴 시점이다. 이후 채 전 비서관은 임추위와 공운위를 거쳐 산업부 장관 제청을 받아 2019년 7월 사장직에 올랐다. 그가 취임하기까지 가스공사 사장직은 10개월이나 공석으로 비어 있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민간이 50% 지분을 가진 가스공사 사장직을 수개월 비워두다 채 전 비서관이 요건을 채우자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1차 공모 때 후보들에 대해 청와대 민정(民情)에서 검증을 진행했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와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격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산업부는 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지침에 ‘퇴직 6개월’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선임되는 경우는 제외된다”고 한 부분이 있다며, 채 전 비서관의 경우 이에 해당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이 아닌 지침의 경우엔 정관과 어떤 것이 본 법률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다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임추위는 사장 공모 시 ‘6개월 규정’이 적힌 정관을 기재한 뒤, 이를 어긴 이는 자격 요건이 없다고 밝혔다. 임추위 관계자는 “법적 시비 가능성이 있어 내부 정관에 위배되는 이는 후보로 뽑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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