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생후 2주 친아들 숨지게 한 부모는 '멍 없애는 법' 찾았다

김동환 2021. 2.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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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친부모..디지털 포렌식 결과 '멍 빨리 없애기' 검색 / 경찰 추궁에 뒤늦게 범행 사실 인정 / 아동학대 조사 전력 있어..처벌 받을 가능성 인지했다고 경찰은 판단
지난 12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영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20대 부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전주=뉴시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지 2주 된 영아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부부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 ‘멍 빨리 없애는 방법’을 검색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침대에서 떨어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한 뒤,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던 아기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등 ‘연기’까지 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1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및 아동학대 중상해·폭행 혐의로 구속된 친부 A(24)씨와 친모 B(22)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119 신고 8시간 전인 지난 9일 오후 3시쯤 이들이 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 부부의 조카 물고문 살인사건과 장애아동 증세 등도 찾아봤다. 당시 아기는 분유를 먹지 못하고 토하거나 눈 한쪽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위독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급대원 도착 후 A씨 부부가 거짓 연기를 할 때, 아기는 이미 숨졌을 것으로 부검을 마친 의료진은 추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아기의 사망 원인을 묻는 경찰관에게 부부는 애초 “침대에서 스스로 떨어져서 다친 것 같다”며 발을 뺐다고 한다. 하지만 시신 여러 곳에서 멍을 발견한 경찰의 추궁이 거듭된 뒤에야 ”울고 분유를 토해서 때렸다”고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학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부부가 거짓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송희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부부가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몇 대 때린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고. 부검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던졌다’고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 아기의 직접적 사인은 A씨에 의해 침대로 던져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두부 손상과 뇌출혈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의 폭행은 모두 7차례(A씨 4차례·B씨 3차례)나 됐다. “분유를 먹고 토했다”, “오줌을 쌌다” 등을 이유로 꼽았는데, 침대로 내던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기가 호흡 곤란 등 이상증세를 보이는데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머리 등에 남은 여러 멍 자국 탓에 학대 행위가 탄로 날 게 두려워 방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 과장은 “피의자들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육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영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20대 부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전주=뉴스1
 
경찰 수사 결과 아기가 숨진 오피스텔에 육아와 관련한 서적은 없었고, 실제 부부는 폭행 후 구호 조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는 부검 당시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은 저체중 상태였다고 한다.

박 과장은 “이미 부부는 첫째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만약 발각되면 처벌받을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상증세를 보이던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제때 치료했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해 2월에도 숨진 아기의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그해 7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누나는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편 A씨 부부는 “죽을 정도로 때린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에게 아기의 사망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현재 범죄사실을 상호 간에 미루고 있는 데다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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