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김유리의 눈물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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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배구판이 쑥대밭이 되기 얼마 전 GS칼텍스 김유리의 '눈물의 인터뷰'가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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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판이 쑥대밭이 되기 얼마 전 GS칼텍스 김유리의 '눈물의 인터뷰'가 화제였다. 데뷔 11년 만에 수훈선수로 선정된 김유리가 카메라 앞에 서자 동료 선수부터 트레이너, 감독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대폰에 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주연'이 된 그의 기구한 배구 인생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였다. 인터뷰 도중 김유리가 참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자 모두가 함께 울었다.
그는 2010~2011시즌 흥국생명에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장래가 촉망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한 선배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코트를 떠나야 했다. 그리곤 유니폼 대신 편의점 조끼를 착용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3개월 후 실업팀에서 연락이 와 재기의 발판을 다졌고, 2014~2015시즌 IBK기업은행과 계약하면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위계 사회의 대표인 스포츠에서 폭력은 해묵은 적폐다. 야구에서도, 축구에서도 터졌던 일이다. 폭력의 대물림으로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선수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만큼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폭로전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없는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조차 함부로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다영ㆍ재영 자매의 최초 폭로 글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번졌을 때 흥국생명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자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자필 사과문의 부적정성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등장했고, 자매의 배구계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남자배구 OK금융그룹 송명근 역시 구단을 통한 1차 사과를 피해자가 거부하자 SNS를 통해 "모두 사실입니다. 전부 시인합니다. 저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맞습니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변명도 해명도 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배구계는 만신창이가 되고 난 뒤에야 인정하고, 사과하고, 징계를 내 놓지만 늦었다. 진정성과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끊임없이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이재영ㆍ다영 자매는 학창 시절부터 출중한 기량과 배구스타 출신 어머니의 후광 덕분에 항상 특별대우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세상은 변했고,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는 달라졌다. 지도자, 선배라는 우월적 지위나 실력만으로 관행이라 합리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각종 논란으로 한순간에 몰락한 스타급 선수들이 "성적으로 속죄하겠다"라고 하면 팬들은 “죗값을 치러야지 왜?”라고 반문한다. 여론 재판은 성역이 없고, 공소시효도 없다. 10년 전 일이라도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으니 당장 고개부터 숙이라는 거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학교폭력 선수에 대한 출전 정지 및 국가대표 자격 박탈 등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김유리의 인터뷰는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한 선배로 인해 배구 인생을 포기할 뻔했던 그는 며칠 후 터질 사태를 예언이라도 하듯 SNS에서 남긴 감사 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배구도 잘해야 하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라고.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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