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패싱' 계기 된 검사장 인사 전후 상황 전말.. 주목할 포인트 3개는
②'월성원전' 백운규 영장 청구, 무관한가
③이성윤 유임 등은 정확히 누구 뜻인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전격 사의 표명을 계기로 지난 7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 배경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간 ‘이견 조율 실패’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검사 인사권자는 결국 대통령인 만큼, 신 수석은 해당 인사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인사안 최종 발표까지의 ‘과정’에서 사실상 본인이 배제됐다는 점에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석열도, 신현수도 몰랐던 '일요일 기습발표'
문제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 전말을 되짚어 볼 때, 주목할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요일인 7일 오후 1시30분, ‘인사안 기습 발표’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정부 부처 개각이면 모를까, 검찰 간부 인사의 휴일 단행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과 5일, 두 차례 회동을 가졌다. 때문에 애초 검사장 인사 발표는 8~10일쯤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검에선 인사 발표 한 시간 전쯤 관련 소식을 통지받았고, 구체적 내용도 언론 발표 직전에야 파악했다고 한다. 2차 회동에서 박 장관은 윤 총장에게 “구체적 인사안은 발표 전에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윤 총장으로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법하다는 얘기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신 수석과 박 장관이 8일이나 9일쯤 최종 조율을 위해 만날 예정이었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후문도 나온다. 신 수석조차 인사안 발표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신 수석이 윤 총장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봤던 대검 측의 기대도 무너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으로선 일방적 통지를 받은 셈이고, 신 수석 입장에서도 ‘패싱당했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백운규 영장이 결정타 작용" 의심 여전
이러한 사정 변경을 감안하면, 시선은 자연스레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전구속영장 청구’로 향한다. 청와대가 이날 “전혀 무관하다”고 강력 부인했음에도, 전ㆍ현직 간부들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4일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인사 조율 실패’의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여권과 청와대가 처음부터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강력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윤 총장과 친분이 깊은 신 수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인사 전후 상황을 보면, 백 전 장관 영장 청구 외엔, 특별히 다른 요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수석, 靑한테서 무시당한 모양새"
이번 인사가 정확히 누구의 ‘뜻’인지도 다시 한번 따져볼 부분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5일 2차 회동’에서 윤 총장에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정수 전 서울남부지검장 임명 △이두봉 대전지검장 유임 등에 대해서만 간략히 얘기했다고 한다. 이성윤 지검장 교체, 대검 참모진 교체 등 윤 총장의 핵심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논란의 핵심 인물인 심재철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아예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이 같은 인사안 발표 직후, 검찰 주변의 대체적 분석은 “박 장관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이라는 데 모아졌다. 취임 전후 윤 총장과의 소통,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강조한 박 장관 발언에 비춰, 이번에는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청와대의 ‘윤석열 불신’ 기류를 누그러뜨리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청와대 내 검찰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신 수석이 아니라, 박 장관의 손을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준 꼴이었고 이는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검찰 갈등 봉합을 위해 검사 출신인 신 수석을 청와대로 데려와 상당한 권한을 보장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무시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진단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다소 미뤄질 듯
신 수석 사의 파동과 함께 이번 주중으로 예상됐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대통령이 신 수석 사의를 반려했다는 건 계속 같이 간다는 뜻인데, 그러려면 최소한 중간간부 인사안을 두고 재차 논의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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