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돼지 이야기] 장충체육관서 응원후 먹던 족발..국민 간식으로 퍼져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한국의 식(食)문화 중 하나가 배달 문화다. 혹자는 대도시에 집중된 높은 인구밀도와 야식 문화가 우리만의 배달 문화 활성화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타인과 접촉이 많은 외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음식 문화는 어느새 우리 일상이 되었다. 2019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배달음식 순위에는 치킨, 피자 외에도 족발이 있다. 저녁 식사나 단골 야식 메뉴로 손꼽히는 족발은 매운맛 족발 등 다양한 족발 메뉴 확산과 더불어 족발전문점 증가세가 그 인기를 반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열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15일 기준 족발 관련 가맹사업자는 84개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족발은 언제부터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최애 메뉴 중 하나가 되었을까.
족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 중 하나가 바로 서울 장충동이다. 장충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는데, 광복 이후 퇴거한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빈집에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들어가 살면서 이북민들의 식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식진흥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한식스토리'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서울로 피란 왔던 이경순 할머니가 이북 고향에서 먹던 돼지고기 요리와 중국 음식인 오향장육을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게 재창조한 음식이 지금 우리가 먹는 족발 요리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황교익 음식평론가는 족발이 장충동에서 유명한 이유를 1970년대 장충체육관의 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민들에게 인기 있었던 농구와 배구 등의 메카가 장충체육관이었고, 뜨거운 응원 후 출출한 속을 달래기 위해 찾았던 곳이 바로 체육관 앞 족발 골목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외에도 돼지 족발을 즐기는 나라로 독일과 폴란드가 있다. 각각 '슈바인스학세' '골롱카'로 불리는 이 음식들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하게 굽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식 족발은 새우젓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 반면, 이들은 감자튀김이나 양배추 절임을 곁들여 맥주와 함께 먹는다.
족발은 만들기 쉽고 간단한 듯 보이지만 기실 그렇지 않다. 초벌로 삶을 때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기 위해 기호에 따라 커피, 생강, 녹차가루, 월계수잎 등을 넣고, 다시 삶을 때는 식히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족발의 미묘한 맛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갖은 재료와 양념, 그리고 오랜 시간이 투입되는 정성스런 요리인 셈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한 끼 식사이자 든든한 야식일 뿐 아니라 소주·맥주와는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안줏거리로도 사랑받아 온 것이다.
잘 삶아진 껍질의 쫀득한 식감, 입안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살코기의 씹는 즐거움으로 오랜 시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던 족발. 결코 가볍지 않은 한 끼 음식으로 서민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어왔을 족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지친 모두의 마음에 잠시나마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길 바라본다.
[유보희 선진미트아카데미(SM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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