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70] 고스트 버스터즈 소방서
미국에서 소방관들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종종 불미스러운 사고나 비리와 연관되는 경찰에 대한 인식이 나누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타워링’이나 ‘분노의 역류’와 같은 고전영화들에서처럼, 소방관들에 관해서는 봉사와 희생을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체적, 정신적 중압감을 견디며 일하는 소방관들은 일반인들보다 평균수명도 짧고 사망 확률도 세 배나 된다.
24시간 열려 있고, 세계 어디서나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의 사명을 공통으로 하는 곳이 소방서다. 소방서 건축은 기능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소방차가 나갈 수 있는 커다란 문, 소방관들의 내부 생활이나 긴급 출동을 위한 작업 동선이 잘 계획되어야 한다. 하지만 간혹 소방서도 미적 우아함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뉴욕의 트라이베카 지역에 위치한 한 곳이 그렇다.
1903년 지어진 이 건축은 고전 문법을 중시하는 보자르(Beaux-Arts) 양식을 따른다. 정면에 소방차가 출입하는 커다란 아치가 있고, 그 한가운데 금박의 멋진 장식이 조각되어 있다. 석재 외벽의 건축 양식은 규칙과 질서가 강조된 스타일이지만, 소방서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밀한 고전 문양들은 무척 친근하다. 이렇게 예쁜 건물은 도시 경관에도 일조를 한다. 장난감 회사 레고에서는 2015년 4634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 건물의 모형을 출시했다. 레고 역사상 아홉 번째로 커다란 블록 세트다. 이곳은 1984년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의 단원들 본부로 등장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소방서 외부 바닥에는 영화를 상징하는 유령 로고가 페인트칠 되어 있다.<<b>사진>
9·11 테러 때 가장 먼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소방차가 여기서 출발했다. 건조한 겨울은 소방관들이 더욱 긴장하는 계절이다. 건물 앞을 지나가면서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내부에서 판매하는 하얀색 고스트 버스터즈 기념 티셔츠를 하나 샀다. “건물이 인간과 대화하고 싶을 때 장식을 사용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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