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일론 머스크에게 휘둘리지 마세요
부화뇌동한 개미들만 희생양
비트코인 베팅도 이기적 선택
‘투자 포퓰리즘’ 경계해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현금 10조원을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삼성 제품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면?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시달려온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투기꾼들을 혼내 주자”고 선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검찰이나 금융 당국에 소환돼 시세 조종 혐의로 조사받지 않을까?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이런 언동을 하고도 아무 제재도 안 받는다. 월가에 대항하는 ‘다윗’ 이미지 덕에 개미 투자자들에게 ‘정의로운 기업가’로 칭송받는다. 실상 그는 세계 최고 부자 ‘골리앗’이다. 골리앗이 개미 군단을 활용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머스크는 미국 게임 유통 기업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헤지펀드를 혼내주자고 부추겼다. 미국 개미들이 대거 매수 행렬에 가세하면서 연초 20달러에 불과했던 주가가 48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며칠 못 가 주가는 90% 급락했다. 현재 주가는 49달러 선. 그의 선동에 휘둘려 상투 잡은 개미들만 희생양이 됐다.
머스크는 보유 현금 15억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꿨고, 전기차 구매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재차 급등했다. 비트코인 1~2개면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다. 지난해 전기차 50만대를 판매한 머스크는 10년 뒤엔 2000만대를 팔 것이라고 말한다. 2008년에 첫선을 보인 비트코인 총발행량은 2100만개로 묶여 있다. 지금까지 90%가량 채굴됐다. 그의 장담이 실현되면 비트코인 대부분이 테슬라 수중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베팅은 일석이조를 노린 계산된 행보일 것이다. 테슬라는 상장과 증자 덕에 현금을 190억달러나 갖고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너무 뿌린 탓에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전기차 판매에도 보탬이 된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는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훨씬 싸다. 자금 출처 노출을 꺼리는 검은돈까지 테슬라 수요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 본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바로 머스크”라면서 머스크가 가상 화폐를 통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려 한다는 ‘빅 픽처(big picture)’ 가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추종자가 많은 스타 기업인의 가세로 비트코인 상승 랠리가 더 이어질 분위기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개미 투자가가 올인하기엔 너무 위험한 자산이다. 달러 패권을 지켜야 하는 미국 정부가 언제 어떤 규제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 페이스북이 가상 통화 ‘리브라’를 만들어 세계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서자, 미 정부와 의회가 압력을 가해 계획을 좌절시킨 바 있다. 미 중앙은행 수장 출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가상 화폐를 활용한 돈세탁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술 진보라는 복병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중국 연구팀은 “수퍼컴퓨터로 25억년 걸릴 계산을 200초 안에 해결하는 양자(量子) 컴퓨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PC 수백만 대에 분산 저장된 비트코인 정보도 해킹할 수 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이 사라져도 억만장자로 남겠지만, 개미 투자자는 한순간에 알거지가 될 수 있다. 핀테크 발전과 스마트폰 투자 플랫폼 덕분에 개인도 기관 투자자 못지않은 정보력과 결집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바로 그 플랫폼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투자 포퓰리즘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머니 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그런 선동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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