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7] 소득이 불안하면 평정심을 잃는다
1년 전 오늘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31번 환자’다. WHO가 ‘우한폐렴’을 ‘코로나19’로 고쳐 부르며 인류 차원에서 전쟁을 선포하던 무렵이었고, 31번 환자는 집단감염의 첫 사례였다. 그때부터 검역과 거리 두기를 두고 공권력과 시민의 마찰이 시작되었다.
검역과 거리 두기가 남의 일이라면, 문제없다. 1878년 미국 미시시피강 하류에서 황열병이 유행했다. 높은 치사율에 당황한 연방정부는 입항을 제한하고 입국자를 격리시키는 법을 만들었다.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그 법에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페인과 전쟁을 피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쿠바 난민이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892년 콜레라,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유럽에서 건너온 전염병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통제 대상이었다. “연방정부에 위임되지 아니하였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않은 권력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는 수정헌법(제10조)이 연방정부의 검역 강화 조치에 걸림돌이 되었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질병’에 국한한다는 조건으로 1944년 간신히 타협에 이르렀다. 공중보건서비스법이다. 이미 전염병은 지나간 뒤였다.
검역은 성경에도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이스라엘 유목민들은 낯선 곳을 다니다 예기치 못한 역병을 만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의 세 우주인들도 1969년 달에서 귀환했을 때 88시간 동안 격리되어 검역부터 마쳤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서 스스로 교회로 숨은 건강한 남녀들의 이야기다. 14세기 중엽에도 자발적 거리 두기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감정은 통제하기 어렵다. 검역과 거리 두기의 필요성을 잘 알면서도 행동이 통제되면 기분 나쁘다. 생계가 위협받으면 더욱 그러하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즉 소득이 불안해지면 평정심을 잃는다.
바이러스가 지금 우리의 평정심을 시험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바이러스가 변이할 때 우리의 평정심도 새로워야 한다. 조금만 더 참고, 서로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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