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제2의 정인이 사건' 막으려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2021. 2. 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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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공판이 끝난 후 시민들이 양모가 탄 호송차량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아동 관련 범죄와 학대가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금방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일부 부모 중에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남아 있는 데다, 피해 아동 입장에서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이 결여돼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동 학대를 처벌이 따르는 범죄 행위로 간주하지 않고 아동 복지 차원에서 계도해야 할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2019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 4만1389건 중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것은 4143건(10%)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아동 학대 담당 기관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 학대 의심 가정 조사부터 사후 관리까지 무거운 책무를 떠맡아왔다. 일반 형사범보다 더 비열할 수도 있는 아동 학대 가해자를 제지하고 설득하고 갱생시키는 업무까지 전담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동 보호 체계를 전면 개편해 각 시·군·구에 아동 학대 전담공무원을 새로 배치하고 그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해오던 아동 학대 사건 조사·처리를 경찰과 함께 담당하도록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심리·정서적 치료와 교육, 그리고 가족 기능 회복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동 학대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의 전담 공무원, 그리고 경찰이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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