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점제땐 고교 서열화 사라질것", 교육계 "강남 8학군 우수학생 더 몰릴것"
교육부가 17일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고교 서열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교 간 격차 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강남 8학군’을 비롯해 교육열이 높은 지역과 여건이 열악한 지역 고교 간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성적 우수 학생이 몰리는 입시 명문고에는 지금의 상대평가 체제인 내신에 불리한 학생이 있는데, 고교학점제로 모든 선택과목이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체제로 바뀌면 내신 성적에서 불리했던 점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른바 입시 명문고들은 고교학점제에서 내신 불이익도 줄고, 다양한 과목 수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능력도 갖춰 선호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학교나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총은 “교원 수급이 어려운 농어촌 학생들이 소외되고 교육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사 확보가 어려울 경우 박사급 전문가 등이 기간제 교원으로 해당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선 “외딴 지역 학교는 지금도 강사 구하기가 어려운데 박사들이 시간제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로 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과목에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면 ‘내신 부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날 교총이 공개한 고교 교사 설문조사에서도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과 ‘내신 부풀리기 현상’이 성취평가제의 주요 단점으로 꼽혔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바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차기 정부 때 내놓기로 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 전에 수능 개편안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나서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에 2024년 2월까지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2028학년도 수능은 현행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대폭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에 유리한 과목으로 선택이 쏠려 고교학점제가 파행 운영되지 않도록 개편의 범위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객관식이 사라지고 서술‧논술형이 전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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