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학점 못따면 졸업못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고교 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과정 대신 학생들이 자기 진로와 적성에 따라 ‘맞춤 수업'을 듣게 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2022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2018년 한 차례 미뤄졌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17일 “학생들이 자신만의 시간표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근본적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고교 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192학점 채우면 고교 졸업
고교 학점제는 마치 대학생처럼 고등학생이 공통 과목을 이수한 후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지금은 고등학생들이 학교가 짜주는 시간표에 따라 학급별로 나뉘어 수업을 듣고 있다. 하지만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개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고1 땐 공통 과목 위주로 배우고, 고2부터 선택 과목 중심으로 배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리 수강신청을 해서 자기만의 맞춤 시간표를 갖는 셈이다. 시간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수업 시간이 비는 ‘공강’도 생긴다. 만약 다니는 학교에 듣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으면 원하는 다른 학교나 지역 대학·기관의 온·오프라인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졸업 기준은 현행 204단위(3년 기준)에서 192학점으로 바뀐다. 지금은 각 학년 수업 일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하기만 하면 졸업이 가능하지만, 2025년부터는 각 과목 출석률(2/3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모두 충족해서 총 192학점을 따야 졸업이 가능하다.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 16회로 정해졌기 때문에 3년간 2560시간 수업을 듣는다. 수업 시간이 현행 2890시간보다 330시간 줄어든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습량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최소 학업 성취율(40%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성적으로 ‘I’(Incomplete·미이수)를 받고 학교 등에서 별도 ‘보충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대학처럼 다음 학기에 ‘재수강’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과제를 수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이수하게 된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선택 과목은 ‘절대평가’ 도입
내신 평가 제도도 크게 바뀐다. 지금은 내신 상위 4%까지는 1등급, 상위 11%까지는 2등급을 주는 식의 상대평가로 석차 등급을 매기고 있다. 앞으로는 ‘법과정치(사회탐구)’나 제2외국어 같은 선택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시험이 쉽건 어렵건 학업 성취율이 90%(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면 무조건 A등급, 80% 이상이면 B등급, 70% 이상이면 C등급, 60% 이상이면 D등급, 40% 이상이면 E등급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로 매기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기보다 성적 따기 좋은 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통 과목은 종전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성적표에 학업 성취도와 함께 9등급 석차 등급이 표시되는 것이다. 당초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전 과목 절대평가를 하겠다고 했지만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 큰 변화라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대학 입시에서 주요 공통 과목 성적의 비중이 매우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들이 고1 땐 공통 과목을 두고 내신 경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고2 때부터는 형식적으로 선택 과목을 듣는 식으로 파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쪽짜리 고교 학점제’란 말도 나온다. 여러 학년이 섞여 수업을 듣는 ‘무학년 수업’도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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