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화산 실험, 림보… 집콕 이기는 엄마표 놀이
소셜미디어 뒤져가며 콘텐츠 찾아
이불썰매… 발바닥씨름… 아빠표 놀이도 인기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모(31)씨는 이달 초 계란 한 판과 베이킹소다, 구연산 가루를 샀다. 세 살 난 딸과 함께 ‘모형 화산’ 폭발 실험을 하기 위한 재료들이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본 대로, 빈 계란판에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골고루 뿌리고 그 위에 물을 붓자 마치 화산처럼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이뿐만 아니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가루에 물을 넣고 팔팔 끓여 천연 젤리를 만들고, 쌀가루에 색을 입혀 쟁반에 흩뿌리고 놀기도 한다. 최씨는 “작년 7월부터 딸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실제 등원한 건 3개월도 채 안 된다”며 “매일 집에만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혹여나 남들에게 뒤처질까 싶어 블로그, 유튜브 뒤져가며 찾아낸 ‘엄마표 놀이’를 자주 하고 논다”고 했다.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수시 휴원하고, 야외활동도 쉽지 않아지면서 부모들도 덩달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심심해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에 사는 김준영(36)씨는 지난달 말 5세·3세 두 딸과 집에서 ‘뽀로로 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매일 집에서 유튜브로 뽀로로 만화를 보는 딸들에게 보다 교육적인 활동을 시켜줘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지난 2일엔 의자 두 개를 약간 떨어뜨려 놓고 그 사이를 까만 테이프로 연결한 뒤 몸을 유연하게 눕혀 그 밑을 지나가는 ‘림보놀이’, ‘뛰어넘기 놀이’를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꼭 밖에서 노는 것처럼 즐거워해 참 뿌듯했다”며 “첫째 딸이 ‘아빠랑 집에서 데이트하는 것 같아 신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8세와 3세, 두 딸을 둔 강하늘(34)씨는 지난달 난생처음으로 제주식 마른 두부 ‘둠비’를 샀다. 자녀와 ‘두부로 케이크 만들기’ 놀이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일반 두부보다 단단한 재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린 날에는 마당에서 눈을 퍼와 집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도 했다. 강씨는 “건강한 재료로 아이가 신나게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건 부모의 몫”이라며 “올해는 수학과 영어를 놀이로 알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엄마표 놀이’ ‘홈문센(홈+문화센터)’ ‘코로나 육아전쟁’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숱한 육아 콘텐츠가 쏟아진다.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엄마표 놀이’ 게시글만 68만개가 넘는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 소개글에는 어김없이 ‘공동구매를 하자’는 부모들의 댓글이 달려있다.
맘카페, 블로그에서도 ‘아이와 놀아주기’가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연령별 아이 놀이법을 제공하는 앱은 이미 구글 앱 장터(플레이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가 50만회를 넘어섰다. 이불썰매, 발바닥 씨름 등 아빠를 위해 특화된 놀이법 앱도 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부모가 최고의 선생님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아이도 부모를 존경할 좋은 기회”라며 “다만 각 가정 형편이나 부모의 의지에 따라 아동 학습의 질이 양극화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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