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나타난 두바이 공주, 아빠 폭로부터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2. 1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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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로 도망가다 붙잡힌뒤 소식 두절
“24시간 감시… 목숨 위협” 영상올려
2000년 英서 끌려간 또다른 딸 있어
“아빠 알막툼, 가족에 강압적” 의혹
라티파 알 막툼 공주/BBC

“5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나를 감시하면서 다시는 태양을 볼 수 없을 거라고 위협합니다.”

욕실에 웅크리고 앉은 한 중동 여성이 낮은 목소리로 “나는 인질로 잡혀 목숨을 위협받고 있어요”라며 두려움을 호소한다. 여성은 “(욕실은) 내가 유일하게 감시를 받지 않은 장소”라고 말한다. BBC가 16일(현지 시각) 공개한 동영상에 나오는 장면이다.

화면 속 여성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왕족인 셰이카 라티파 알막툼(36) 공주다. UAE 부통령이며 두바이를 통치하는 최고권력자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의 딸이다. 라티파 공주가 자신을 감금했다고 지목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 알막툼이다. 라티파 공주는 “아버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라티파 공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년 만이다. 그는 2018년 아버지를 피해 요트를 타고 미국으로 도망치려다 인도양에서 붙잡혀 돌아온 이후 무소식이었다. 당시 그는 “자유를 빼앗기고 사느니 미국에서 햄버거 패티를 구워 생계를 꾸리겠다”며 탈출 계획을 유튜브에 올리고 도망쳤지만 인도 해안에서 50㎞ 떨어진 해상에서 붙잡혔다. 공주는 동영상에서 그때 상황도 설명했다. “요트에 갑자기 15명 이상의 특공대원들이 들이닥쳤어요. 나를 붙잡은 사람의 팔뚝을 깨물었더니 여러 명이 나를 붙잡았어요. 그들은 나에게 주사를 놓았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이자 두바이의 최고권력자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오른쪽)과 그의 딸 셰이카 라티파 알막툼(36·왼쪽) 공주. 라티파 공주는 “아버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찍어 최근 BBC와 유엔에 보냈다. /셰이카 라티파 알막툼 공주 인스타그램

라티파 공주 동영상을 BBC로 보낸 사람은 그의 운동 코치였던 핀란드 여성 티이나 자우하이넨이다. 티이나는 그동안 유엔과 인권 단체를 상대로 라티파 공주를 구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번번이 “공주가 조울증을 앓고 있어 보살피고 있을 뿐”이라는 두바이 왕실 해명에 막혀 왔다. 막대한 부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두바이 통치자를 상대로 한 해외 문제 제기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동영상 공개로 알막툼이 아내와 딸들을 박해해왔다는 의혹이 신빙성을 얻는 양상이다.

알막툼은 아내가 여섯이고 자식이 30명이다. 평소 강압적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대해 일부 아내와 자식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에는 알막툼의 다른 딸인 샴사(40) 공주가 영국 유학 중 두바이로 끌려갔고 이후 21년간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에는 알막툼의 여섯째 부인 하야 빈트 알-후세인 공주가 “남편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영국으로 도피했다.

티이나는 BBC에 제공한 영상을 유엔에도 보냈다. 2018년 두바이에서 라티파 공주를 만나고 와서 “불안정한 젊은 여성”이라고 했던 전직 유엔 인권대사 메리 로빈슨은 이번 동영상을 본 뒤 “공주의 가족에게 끔찍하게 속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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