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은 운명공동체… 어려운 상황 함께 극복해야”
할아버지는 ‘일한의원연맹’ 간부… 재일교포 남편, 아이 돌보며 외조
일본 정계의 여걸(女傑)로 불릴 만했다. 다른 남성 정치인들이 코로나 긴급사태를 핑계로 기존 약속마저 깨는 상황에서 노다 세이코(野田聖子·61)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달랐다. 첫 일본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한국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은 물론 화상 인터뷰 대신 직접 만나자고 했다.
16일 자민당 4층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한의원연맹' 창립자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전쟁에 대해 사죄하는 의미에서 정치를 시작한 할아버지는 한국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일한의원연맹 간부 일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남편은 재일 교포 3세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과 일본은 대국(大國)이 아닙니다. 미국, 중국 등 큰 나라에 둘러싸인 상황을 극복해야 하기에 운명 공동체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일의 인구 감소 문제를 거론했다. “양국 모두 인구가 줄어드는 상태로 돌입하고 있는데 서로 협력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다는 최근 현안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할 말이 없느냐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이 선출한 대통령인데 내가 뭔가 요구하지는 않겠다”며 “단지 모두가 양국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 미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국 정치가들의 싸움이 일시적으로는 정권 부양(浮揚)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민이 입는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1993년 중의원에 진출, 총무상, 우정상(체신업무 담당 장관), 자민당 총무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9선을 기록 중이다. 최근 자민당의 실세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그를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만들려고 한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그는 손을 내저으면서도 차기 총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자민당 중의원 여성 의원 중에서는 내가 당선 횟수가 가장 많다. 그래서 내가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의무”라고 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여성 폄하 발언으로 물러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을 바꾸는 길은 여성이 총리가 되는 것이다. 여성이 총리가 되면 여성 비하 분위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미국에서 난자를 받아 체외수정으로 출산한 아들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약 10차례 수술을 받고 지금은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노다는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된 후 정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홈페이지에 썼다. “정치는 약자(弱者)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말 생각할 수도 없었던 약자가 내 아들로 태어났다. 일본은 아직 약자에 대해서 차갑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의 정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남편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장애인) 아들 한 명을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훌륭한 남편을 뒀다”고 하자 “내게는 몹시도 엄격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가 창밖을 바라보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장애인, 재일 교포를) 차별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노다는 한국의 정치가들 사이에서 친한파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 대해 “내가 폭탄주를 잘 마시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강창일 신임 주일 대사에 대해선 “한국 남성 중에는 모범적인 엘리트 스타일과 소주를 줄줄 마셔대며 말하는 솔직한 사람이 있는데 강 대사는 후자(後者)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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