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명운 걸고… 日 백신 접종 레이스
17일 일본의 도쿄 의료센터를 비롯한 전국 100여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쯤 도쿄 메구로구에 위치한 도쿄 의료센터에서는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을 비롯한 12명의 의사, 간호사가 미국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은 이들은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약 15분간 같은 장소에서 대기했다.
일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1호’로 기록된 아라키 원장은 “처음 맞는 주사라서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프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그는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어 안심하고 의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전날 총 1170명분의 백신이 배달됐고, 앞으로 800명의 의사, 간호사 등에게 접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의료 종사자 4만명에게 ‘선행 접종’해 안전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화이자 백신을 3주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맞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애초 선행 접종 대상으로 최대 2만명을 예상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4만명으로 늘렸다. 이 중 절반인 2만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후 매일 건강 상태를 파악해 부작용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그동안 의료종사자, 중증화 위험이 큰 고령자, 지병을 가진 사람이 우선적으로 접종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선행 접종이 완료된 후에는 전국 의료기관 종사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한다. 일반인 중에서 가장 먼저 접종받게 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4월부터 혜택을 받게 된다. 그 이후에는 요양원 등 관련 시설 종사자 200만명과 60~64세 노인 750만명에게 접종한다. 각 지자체는 오는 4월부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주민에게 접종권을 개별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은 1억2500만 일본인 모두가 맞고도 남는 코로나 백신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 화이자로부터 1억2000만 회(6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1억2000만 회(6000만명)분의 백신 조달에 합의했다. 모더나에선 5000만 회(2500만명)분을 받기로 했다.
스가 내각은 백신 접종 성공 여부에 도쿄 올림픽과 정권의 운명이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는 지난달 ‘독종(毒種)’이라고 평가받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에게 백신 담당상을 겸임토록 하며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스가 총리는 최근 매일 밤늦게까지 백신 접종 준비 현황을 챙기며 공무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급적 올림픽 전 접종 인원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2월 중순에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스가 내각은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스가 내각의 백신 조달·접종 활동이 일본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 직전인 15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선 스가 내각 지지율이 38%를 기록, 지난달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16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지난달 조사 때보다 1%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4월 이후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도쿄 올림픽이 시작되는 7월 23일 전에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백신의 효용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에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세계에서 약 70국이 일본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했으며, 특히 유럽은 두 달이나 더 빨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 환자는 지난달 발령된 긴급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여 지난 1월 초 하루 8000명 가까이 쏟아지던 확진자는 최근 1000명 안팎으로 줄었다. 15일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코로나 확진자는 965명으로 1000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16일엔 1305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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