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한 상병수당
[경향신문]
상병수당은 일하는 사람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병가 기간에 대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고용유지에 기반해 공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병수당 제도는 공공적 효과가 많다. 먼저, 감염병 예방 효과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미국에서는 유급병가가 없는 노동자들의 무리한 출근으로 다른 노동자들과 가족까지 확산되어 약 700만명이 감염되었다. 이것이 현재 13개주 30여개 도시에 공적 유급병가가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아픈 상태에서 출근하는 ‘프레젠티즘(presenteeism)’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덜 수 있다. 미국에서 그 규모는 2019년 현재 약 263조원으로 추산된다. 컨디션이 나쁜 노동자가 일하면서 생기는 산업재해 발생률을 낮출 수 있으며, 질병 초기 치료를 증가시켜 영구적 장애나 노동시장에서의 퇴출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제도를 재활서비스와 연계해 노동자의 일터 복귀를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일부로 여러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19년 6월부터 시행 중인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제도는 일종의 미니 상병수당으로서 중위소득 100% 이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아픈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입원 기간(최대 11일, 건강검진 1일 포함) 동안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의 일당을 제공한다. 시행 이후 2020년 12월까지 1만3000여명이 활용한 것을 보면 향후 도입될 상병수당의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시행 초기 실시된 조사에서 만족도는 91%였는데, 신체적 불편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95.5%), 일터에서 건강상 위협을 경험한 경우(100%), 전반적 건강상태가 나쁜 경우(95%)에 만족도가 더 높았다.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가 없었다면 입원이나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52%였고, 프레젠티즘 경험자는 68.2%에 달했다. 특히 건강검진을 받은 25명 중 프레젠티즘 경험자의 50%에서 질병이, 12.5%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었다. 제도를 통해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상병수당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이유는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을 넘어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쉴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건강권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병수당 제도의 효과는 아플 때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사회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할 때이다.
정혜주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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