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기] '장르가 본인'이 되는 춤
[경향신문]
최근 성황리에 종료된 TV 무명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30호 가수’ 이승윤이 화제다. ‘장르가 30호’라는 말이 생길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감성 영역을 건드린 듯하다. 예술가 본인이 장르가 된다는 것은 정형화되고 익숙한 장르를 벗어나 기존의 예술 형태와 맞서며 예술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이런 장르는 때로는 파격적이거나 예술의 범주에서 애매모호하기도 하다. 창작 작업은 늘 자신과 싸우며 표현의 한계에 다다르는 과정이다. 예술가라면 기존의 본인 작품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면서 신작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추려고 고군분투할 것이다.
‘장르가 본인’이 되는 안무가로는 현대무용계의 악동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이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안티-공연’의 형식으로 기존의 무용공연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1995년 본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작품 ‘제롬 벨’(사진)이 나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대부분의 작품 제목은 함축적이다. 안무가는 모든 주제와 테마를 한 단어나 문구로 뽑아내느라 굉장히 고심한다. 그런데도 본인 이름을 타이틀로 한다는 것은 ‘본인이 장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외에도 무용수 이름이 작품 제목인 자전적 솔로 3부작을 비롯해 일반인 무용수들과의 작품, 장애인 무용수들과의 작품 등 다양하다. 대중에게 호응을 가장 많이 얻은 작품 ‘The Show must go on’은 1980~1990년대 유행 팝송과 20여명의 일반인 무용수가 펼치는 일상의 몸짓과 함께 안무가의 철학과 탁월한 구성력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양극으로 뚜렷이 나뉘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관객의 귀에도 익숙한 대중음악을 연결하여 전문무용수가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이 그들의 캐릭터, 결점, 신체적 틱(tic), 아이디어, 무모한 열정을 최소한의 오브제와 함께 무용수로서의 조형성을 전혀 갖추지 않은, 훈련되지 않은 몸짓을 선보였다. 춤은 있으나 ‘춤’성은 존재하지 않는 무대로, 오늘날 유럽 현대무용의 주요한 특징을 확연히 보여준 제롬 벨 스타일이었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이끄는 안무가들은 본인들의 작품이 무용의 범주 안에서 인식되는가 아닌가 하는 논란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주 자극적이고, 상상적인 이런 무대들은 관객들의 관점과 예상했던 코드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장르가 본인’이라는 것은 긴 호흡으로 다져온 자기만의 스타일을 인정받을 때 가능하다. 안무가로서 새로운 시도는 자기와의 싸움인데 필자도 기존의 나를 허물고 새롭게 도전한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슬리핑 뷰티>에서 모험을 선택했다. 무용계의 새로운 물결의 흐름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객의 호기심과 감각에 맡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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