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 우리 아이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1. 2.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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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 명절 연휴 때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로버트 D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이란 책을 빌려왔다. 연휴에 틈을 내어 읽었지만 책은 절반 정도에서 멈췄다. 하지만 얼른 시간을 내어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퍼트넘은 1940년대 출생하여 ‘사회적 자본’에 관한 이론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의 사회학자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나 규범 혹은 연결망 등으로 해서 갖게 되는 힘이 실제 자본처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퍼트넘의 이 책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 사람들 사이의 이런 긍정적 관계가 어떤 힘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은 1950년대만 하더라도 인종에 크게 관계없이 마을 아이들 모두가 어렵지 않게 주변 어른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건실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자기 집에서 처음으로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형편이 나아진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자녀들을 더 좋은 학교로 보내기 위해 대부분 ‘유유상종의 대이동’을 벌였다. 이런 상황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는데, 그 결과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은 예전처럼 좋은 어른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어울릴 기회를 점점 더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미국은 예전처럼 그렇게 아메리칸드림도 꿈꿀 수 없게 되었다.

압축성장과 양극화의 요동을 심하게 겪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끼리끼리만 그렇게 어울리는 세상이 되어 참 재미없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지역아동센터도 비슷한 마을돌봄을 하는 곳이지만 ‘다함께돌봄센터’(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아동센터는 ‘취약계층의 아이들이나 다니는 곳’이란 낙인 아닌 낙인이 생겨 마음에 그늘이 지기도 했다. 센터의 어떤 선생님들은 그 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절대 우리 아이들은 ‘취약계층’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신신당부를 하시기도 한다. 퍼트넘이 말한 일들이 바로 우리 주변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퍼트넘은 어렵긴 하지만 경제적 자본이 좀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자본’은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한계가 있긴 하지만 사회적 자본으로 경제적 자본의 위력을 어느 정도 극복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자본은 바로 우리의 신념과 태도를 바꾸는 데서 가능한 것이니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얘들아,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만들어 주시려고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일하고 계신단다. 너희들이 잘 지내고,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배우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시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단다. 그런 부모님들이 계시니 우리도 꼭 더 나은 날을 맞게 될 거야, 그러니 우리도 센터에서 조금만 더 힘내서 열심히 지내보자.”

퍼트넘의 책을 읽어갈수록 센터의 아이들에게 이런 격려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더욱 강렬해진다. 우리 모두가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더욱 강렬히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런 희망의 마음들 속에서 사회적 자본은 움튼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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