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지도층의 입

김기동 2021. 2. 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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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혀(舌)의 해악을 잘 드러내 주는 말이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대의 '말하기 수업'은 세 치 혀를 잘 놀리는 법을 가르쳐 훌륭한 리더로 키워내려는 교육철학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분탕질을 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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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혀(舌)의 해악을 잘 드러내 주는 말이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29번째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또 구설에 올랐다. 그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청문회 때 보셨죠? 관광 갔다가 혼이 났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7년 국회 본회의를 팽개치고 가족과 스페인여행을 다녀온 일을 언급한 것이다. 고사지경에 놓인 관광업계 종사자로서는 기가 찰 말이다. 이뿐인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 군복무 의혹 당시 이를 알린 당직사병을 ‘단독범’이라고 칭하고 실명을 공개했다가 머리를 숙였다.

이런 ‘근자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꽃말의 캐모마일을 받았다고 한다. 위기에 처한 문화·체육·관광업계를 보살피라는 의미일 게다. 혹 생활비 60만원 발언, 자녀 편법 조기유학 의혹, 가족 해외여행 등 각종 논란을 그 스스로가 ‘역경’으로 미화한 게 아닐까. 그의 머릿속은 어떤지 궁금하다.

불의를 보고 입을 닫아서는 안 되겠지만, 말 많은 것이 미덕으로 환영받는 시대는 지났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이 되면 몸이 곧 화살의 표적이 되므로 한마디 말이나 사소한 행동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고작 9㎝가량에 불과한 세 치 혀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대의 ‘말하기 수업’은 세 치 혀를 잘 놀리는 법을 가르쳐 훌륭한 리더로 키워내려는 교육철학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곳곳에서 말들이 난무한다. 대면 만남이 줄었다지만, 각종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말들이 오고간다. 한번 뱉은 말은 되담을 수 없는 게 만고의 진리다.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을 담은 지도층의 말은 대중에게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의 가늠자로 작용한다. 잦은 말실수로 마지못해 사과하거나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한번쯤 더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분탕질을 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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