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내가 몰랐던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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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은 건강한 학풍을 위해 학생의 인종 다양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미국 내 유학생의 출신국은 중국, 인도, 한국의 순으로 많다.
내가 다니던 학과는 중국인이 가장 많고 미국인, 한국과 아랍 유학생에 이어 인도 유학생이 섞여서 공부했다.
실험실에서 인도 유학생과 한국인 유학생의 삐걱거리는 스토리는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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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마음이 편한 걸까? 중국이나 아랍 유학생도 영어에 서툴지만 일본 애들처럼 마음이 편하지는 않거든.”
“그래도 인도 유학생이랑 비교하면 우리랑 엄청 잘 맞는 거예요.”
우리 학과에서 미국인 학생보다 많은 중국인과도 이런저런 갈등도 있었지만 문화적 친숙함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갈등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도 유학생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프로젝트 미팅에서 인도 학생이 40분씩이나 지각을 했다. 미안하다거나 왜 늦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씩 웃는 것이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다음 미팅에서는 거의 1시간 가까이 지각을 했는데도 또 씩 웃으면서 태연하게 가져온 간식을 꺼내 먹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화가 나서 프로젝트 회의는 하지도 않고 획하고 나와 버렸다.
며칠 후, 중국 친구 웬징(가명)에게 내가 겪은 이야기를 했다. “인도 학생에게는 화난 얼굴로 고함을 지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해. 그러면 ○○가 나이스하게 행동할 걸. 실수를 이해해 주면 자기가 계급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걔가 미국 학생한테는 절대 안 그러거든.”
웬징이 평소 인도 유학생에게 명령하듯 하는 말투가 이해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이후 ○○가 예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나도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였다. 나는 관계가 서먹서먹해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그녀는 나에게 다과를 권하고 자기 페이스북을 보여주며 더 상냥해졌다.
한국인 유학생 모임에서 이 어이없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실험실에서 인도 유학생과 한국인 유학생의 삐걱거리는 스토리는 부지기수였다. 캐나다에 취직한 조카도 인도 동료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힘들어했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한국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인도는 인구 측면에서 중국을 추월할 뿐만 아니라 생산력이나 구매력 측면에서도 부상할 조짐이다. ‘진심은 통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문화라는 그릇에 잘 담아야 진심은 통한다’는 접근법으로 인도와의 교류를 준비했으면 한다. 인도로 가는 길에는 당혹스러운 갈등과 신경전이 많을 것이다. 나와 중국인 친구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고함을 지르지 않고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중문화 이중언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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