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에 버려져 무더위 속 굶어 죽은 3살 여아..친모의 '계획살인' 가능성도

부검 결과 오는 18~21일 나올 예정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 A씨가 설날인 지난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A씨가 재혼한 남편 B씨 집으로 이사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전입신고를 마친 것으로 드러나 ‘계획살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구미시 상모사곡동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C양은 A씨(22)가 지난해 8월 초 이사하기 직전까지 살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C양의 친부와 이혼한 A씨는 B씨 집으로 옮긴 뒤 B씨 아이를 출산했는데 A씨는 이사하기 전 여러 차례 C양을 집에 혼자 방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B씨 집으로 이사하기 전 홀로 남겨둔 C양을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C양이 발견된 빌라 전기요금 청구서에는 A씨가 이사한 후에도 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 ‘친모가 홀로 버려진 아기의 상태를 살피러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C양의 사체가 발견되기 전 누군가 다녀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사한지 한달 뒤인 지난해 9월에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월에도 지난해 2~6월 전기사용량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기록됐다.

청구서에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전기요금만 미납돼 A씨가 이사간 후인 9~11월 3개월 간 누군가 전기요금을 납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재혼한 최근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의 출산이 가까워지자 C양을 혼자 방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빌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죽었을 것”이라며 “전 남편과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C양이 숨진 것을 알면서도 지난달까지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앞서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A씨 부모는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 요청에 딸 집을 찾았다가 부패가 진행 중인 C양 시신을 발견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숨진 여아와 함께 살았던 친모 A씨를 긴급체포한 뒤 지난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1일 숨진 여아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으며 결과는 오는 18∼21일 나올 예정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