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소란스러운 침묵의 아침을 위한 BGM

2021. 2. 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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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삶이 각본 없는 드라마인가?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삶은 CCTV나 블랙박스 같다고 답할 것이다.

녹화된 수천수만 시간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기억에 남는 찰나는 오로지 단 몇 분 또는 몇 초의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들 뿐이며 그 외의 무던한 감정의 일상은 기억되지 못한 채 그저 흘러만 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억되지 못한 그 시간이 우리 삶의 드라마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준비 기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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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삶이 각본 없는 드라마인가?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삶은 CCTV나 블랙박스 같다고 답할 것이다. 녹화된 수천수만 시간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기억에 남는 찰나는 오로지 단 몇 분 또는 몇 초의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들 뿐이며 그 외의 무던한 감정의 일상은 기억되지 못한 채 그저 흘러만 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억되지 못한 그 시간이 우리 삶의 드라마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준비 기간이 된다. 특히 졸린 몸을 움직여 할당된 하루치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아침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렇다. 묵묵히 담담히 꾸역꾸역 버티다가도 아침 발걸음이 무겁고 또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온다. 그런 아침이면 으레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내 안으로 쿵쾅거리지만, 타인에게는 들리지 않는 그런 순간이다. 라우드 뮤트(Loud Mute, 소란스러운 침묵)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기억되지 않을 CCTV나 블랙박스 같은 일상의 아침에 꼭 맞는 듯한 표현인 듯하다.

혹시 그런 아침을 보내고 있다면 그 순간을 위한 BGM(배경 음악)이 되어줄 연주곡을 추천하고 싶다. 날것 상태로 입에서 튀어나올 듯한 수많은 생각과 고뇌를 뮤트(Mute, 음소거) 시켜 줄 BGM을 들으며 마치 런웨이(패션쇼에서 모델이 걷는 무대)에 선 모델처럼 오로지 하루를 걸어가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잡념 없는 아침을 시작하면 좋겠다. 고막이 터질 듯한 심란한 생각들을 BGM으로 잠시 뮤트시켜 줄 따듯하고 밝은 연주곡 몇 곡을 소개해본다.

마음이 시린 아침엔, 미국과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어헌터 OST'의 클래식 기타곡인 '카바티나'가 좋다. 특히 홍광현씨의 연주는 무심한 듯 자기가 한 목도리를 벗어 목에 걸어줄 때 느껴지는 체온 같은 따스함이 전해져서 겨울날 아침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다. (유튜브 검색: 카바티나 홍광현)

봄날에도 감흥이 없을 때는, 첼리스트 장한나양의 'Romance' 앨범에 수록된 'Melody Op. 20 No.1'을 추천한다. 러시아 작곡가 특유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장한나양의 섬세한 해석이 일출 즈음 늘 하루를 시작하며 수혈하듯 으레 먹는 커피의 향이 어떤지 한 번쯤 되맡아 보고 싶게 한다. 이 곡이 심드렁한 아침에 작은 생기가 움트게 해줄 것이다. (유튜브 검색: 장한나 멜로디 no. 1)

마음이 급하고 불안한 아침에는,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 꼭 알맞다. 오로지 피아노 한 대로 연주되는 이 곡은 잡념을 먼지처럼 흩날려버리게 하는 힘이 있다. 잠 못 드는 밤을 보낸 새벽녘에는 느린 버전을(유튜브 검색: 피아노홀릭 에릭 사티), 잿빛 도심이 버거울 때면 숲속 호숫가를 걷는 듯한 버전을(유튜브 검색: Tigger ASMR 에릭 사티) 들어보길 바란다.

무기력한 만성피로 같은 아침이라면, 은하수라는 뜻의 빈터가탄이란 스웨덴 뮤지션의 '마블머신'을 들어보면 좋겠다. 조명 스위치를 켜는 소리부터 오르골과 실로폰이 혼합한 듯한 조형물 같은 신생 악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비트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유튜브 검색: Wintergatan Marble Machine) BGM으로 소란한 듯 고요하고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길!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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