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전 논란' 빌 게이츠 신간, 정확한 입장은?
빌 게이츠가 새 책을 냈습니다. 이건데요.
제목이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입니다.
이 책을 놓고 서울시장 후보끼리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키워드는 '원전'입니다.
오세훈 후보는 "빌 게이츠가 원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영선 후보는 "게이츠는 원전 예찬론자가 아니다"라며 다른 얘길 합니다.
빌 게이츠는 대체 원전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요.
정확한 입장이 뭔지 책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이 책은 원전이 주제인 책은 아니고 원전 내용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체 356쪽 가운데 원자력이란 단어가 한 번이라도 언급된 건 13쪽, 원전이 필요하다고 쓴 건 6쪽 정도입니다.
책에는 제목대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이츠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한 해 510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더 빨리 도입해 현명하게 써야 하고, 동시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혁신적인 기술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원전은 이 혁신적인 기술에서 등장합니다.
이건 미친 생각 아닌가 싶은 것에 투자해야 혁신이 일어난다면서 원전과 핵융합, 해상풍력, 지열 등 4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중 원전에 대해서 게이츠가 후한 점수를 주는 건 맞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고, 사망 위험이 자동차나 화석연료보다 낮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원전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론하며 "원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못 박습니다.
이런 문제 무시하고 원전 계속 짓자는 게 아니라, 이걸 획기적으로 해결한 '차세대 원전'을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CBS '이브닝 뉴스 위드 노라 오도널' / 현지시간 16일) : (원자력발전은) 혁신을 더 거듭해서 훨씬 더 안전하고 싸게 만들어야 합니다. 개발 중인 시제품 원자로들이 안전성과 비용 문제에서 돌파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빌 게이츠는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세대 원전"이라고 적기도 했고 실제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빌 게이츠가 내놓은 기후대책, 원전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고요.
원전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원전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게이츠의 해법이 꼭 정답은 아니겠지만, 친원전 아니면 탈원전, 원전 아니면 재생에너지 식의 이야기는 아닌 겁니다.
게이츠는 책 뒷부분에 "불행히도 기후변화 논의는 불필요하게 양극화돼 있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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