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부양안' 바이드노믹스, 미국 경제 구하기에 성공할까
40년 이어온 작은 정부 '레이거노믹스'로부터 정책 대전환
"내년까지 3% 넘는 성장" "경험 못한 인플레이션 올 수도"
[경향신문]
“지금은 돈을 써야 할 때이다. 통 크게 가야(go big) 할 시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이 주최한 위스콘신주 밀워키 타운홀미팅에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구조 계획’이라 명명한 1조9000억달러(약 2082조4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국민들 앞에서 의회를 압박한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7월 말까지 일반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취임 100일 이전에 학교에선 주 5회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위스콘신주를 선택한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위스콘신주는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 대표적인 경합주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다가 역전했다. 첫 타운홀미팅에서 경기부양안을 강조한 건 코로나19에서 빨리 벗어나 경제를 살려야 트럼프 정부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통과를 위해 필요한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드노믹스’(바이든의 경제정책)는 작은 정부와 시장중심경제를 강조한 ‘레이거노믹스’에서 약 40년 만에 완전히 결별하는 경제정책 대변환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통 큰(Act Big) 경기부양안이 40년 만의 미국 경제정책 대전환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1970년대식 침체를 우려하며 무리한 재정지출을 꺼려왔다.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0년간 실업률 증가와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추진했던 복지정책을 축소해 정부 지출을 줄였다. 대신 감세로 기업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돌아섰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 자체가 문제”라며 작은 정부를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3조13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재정적자가 더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재정을 투여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바이든의 통 큰 부양안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관측이 엇갈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재정확장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에 증거가 미약하다”면서 바이드노믹스를 지지했다.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렌 젠트너는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 이상 성장할 것”이라면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려를 표하는 경제학자들도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바이드노믹스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역효과를 낼 정도로 미국 경제를 과열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마리아나 마즈카토 런던대 경제학 교수는 “팬데믹 대처를 넘어 녹색경제 등 미래 산업을 얼마나 성장시키는지 여부가 바이드노믹스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부작용을 겪게 될지 바이드노믹스 성공 여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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