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하루 전 모든 걸 포기한 모습 보였다는 정인이, 얼마나 아팠으면..

온몸에 상처 본 담임교사 깜짝 놀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보도된 정인이 입양전 모습. 밝게 웃고 있다. SBS방송화면

 
16개월이란 짧은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난 정인이가 사망하기 하루 전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공분과 슬픔을 자아내고 있다.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 A씨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가 진행한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입양부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2~3차 공판에서 출석해 눈물을 쏟으며 이같이 말했다.

정인이는 입양 후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입학한 정인이 모습을 “쾌활하고, 포동포동하고 얼굴이 예쁘고 항상 밝은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정인이의 밝은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할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할 때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아침에 담임이 저를 불렀다”며 “가서 확인했더니 (정인이) 다리에 멍이 들어 왔다. 배에도 상처가 나서 왔고, 항상 얼굴이나 윗부분에 상처가 많다가 아랫부분에 멍이 들어 많이 놀랐다”고 했다.

A씨는 특히 정인이가 사망하기 하루 전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를 진술하며 오열했다.
A씨는 “아이가 아무것도 안 먹고, 많이 말랐는데 배가 볼록 나왔을까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며 “그날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정인이는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 또 스스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양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당한 정인이가 다리를 떠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인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A씨는 정인이의 학대 피해와 관련된 증언을 할 때마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후 홀트 소속 사회복지사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역시 50여 분간 진행된 증인신문 동안 거의 내내 눈물을 흘렸다.

B씨는 지난해 9월 장씨와 ‘정인이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취지로 통화했던 사실을 진술하며 오열했다.

장씨는 B씨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제대로 먹지 않는다”며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장씨는 양손으로 이마 부위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바닥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 옆에는 입양부 C씨가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