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료폐기물 넘치는데 처리업체는 '적자' 정부는 '뒷짐'

우태경 2021. 2. 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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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방호복은 가벼워 수익성 안 좋아
돈 되는 일반 폐기물은 처리 여유 없어 
당일 처리 못하면 돈 들여 재위탁 이중고
전문가 "폐기물 처리 국가 책임 늘려야"
9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관계자가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뉴시스

"방역 마지막 단계로 생각해 책임감을 가졌는데 돌아온 건 수천만원 적자네요."

수도권 소재 의료폐기물 소각처리업체 A사의 대표 B씨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다 이마를 짚었다. A업체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초부터 수도권 의료기관은 물론, 생활치료센터나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 등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코로나19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감당할 의료폐기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수입도 함께 늘었어야 하지만, A업체는 현재 수천만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공장 풀 가동하는데 적자는 쌓여

A업체는 전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의료폐기물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폐기물은 7,517톤에 달한다. 전국 14곳의 의료폐기물 소각처리업체 중 A업체를 비롯해 수도권 업체 3곳이 4,000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했다.

그럼에도 A업체는 이익은커녕 수천만원대 적자가 발생했다. △낮은 수익성 △당일 처리원칙에 따른 재위탁 비용 때문이다. 의료폐기물은 중량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데, 마스크·방호복 등 코로나19 폐기물은 부피는 크지만 가벼워 수익성이 떨어진다. 발열량이 큰 합성수지 용기에 담긴 상태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태웠다가 소각로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체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커질 우려가 큰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의료폐기물 처리원칙은 수익성을 더 떨어지게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폐기물을 당일 운반·소각을 원칙으로 '코로나19 관련 폐기물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시행 중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발생 지역에서 신속히 처리한다는 목적이지만, 용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업체로 들어오는 의료폐기물이 부쩍 늘었다. 방역 측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민간업체에 전가됐다.

A업체도 코로나19 폐기물이 급격하게 늘면서 수익성 높은 일반 의료폐기물은 처리할 여유가 없어졌다. '돈 되는' 폐기물은 다른 지역 처리업체에 재위탁 비용까지 물면서 보내는 실정이다. B씨는 "코로나19 폐기물 수입(㎏당 390원) 보다 재위탁 비용(㎏당 470원)이 더 커서 손해가 나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업체 선의에 의료폐기물 대란 면해

2020년 3월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경기도 의료원 수원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의료 폐기물 처리통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밑지고 장사할 수 없어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고 싶지만, A업체가 코로나19 폐기물 인수를 거부하면 다른 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도권 소재 C업체는 지난해 말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해 소각로에 과부하가 걸리자, 경기도의 한 생활치료센터 폐기물 인수를 거부했다. 이후 해당 센터의 폐기물은 국토 남단인 전남 장흥으로 보내지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방역 최후방을 맡는다는 책임감을 갖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 지원은 사실상 전무해 지금 같은 방식으론 사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업체를 비롯해 전국의 의료폐기물 소각처리업체가 받은 정부 지원은 보호복 세트, 마스크, 비닐가운과 같은 방역용품이 전부다. 전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 지난해 10월 중앙수습대책본부(중수본)에 지원을 문의했지만, 중수본은 '의료기관에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병원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조합 관계자는 "병원 측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보상금을 나눠줄 의무가 없다고만 한다"며 "방역 관련 고통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의료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코로나19 폐기물 처리는 온전히 민간 협조에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공공처리시설을 신설해 국가 책임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도 "업체 내에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환경부가 조율하고,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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