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동행해 측정해보니..하루 12시간 일하고 35분 쉬었다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기구' 2차 합의 위한 첫 회의 열어
[경향신문]
택배노동자의 하루 평균 업무시간이 12시간에 달하고, 휴게시간은 30분 남짓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백희정 중앙대 교수 연구팀이 안전보건공단 산하 연구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탁을 받아 지난해 11월 작성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및 과로사 예방 방안’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보조원이 평균적인 업무 형태를 띠는 서울과 경기 지역 4개 주요 택배사 기사 4명과 동행해 실제 일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다.
그간 노동조합 등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택배기사 업무시간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정부 산하기관 연구용역에서 택배노동자와 동행하며 업무시간을 실측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11시간54분으로 조사됐다. 업무시간은 최소 11시간15분에서 최대 12시간20분으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배송·수탁(62%)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고, 이어 선별·인수(28%), 집화(10%) 순이었다.
휴식시간은 편의점·기사식당에서 먹는 점심시간(18분)과 흡연 등 휴게시간(17분)을 합쳐 35분에 불과했다. 택배기사들은 업무 중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고 화장실을 단 1번 이용했는데, 그 시간은 1인당 하루 평균 4.3분에 불과했다.
택배기사 다수는 사고를 당해도 시간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했다. 온라인 설문조사(642명)에서 42.5%가 최근 1년 사이 병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93%)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아침식사를 거의 못하는 택배기사가 절반 이상(53.9%)이었다.
보고서는 “분류의 비자동화로 유발되는 장시간 노동은 자동화가 우선적인 해결 방안이지만 이미 자동화설비가 구비된 택배사의 경우 일일 배송물량 감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표준계약서 도입, 택배수수료 조정 등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이날 국회에서 2차 합의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백마진’ 근절과 택배요금 인상 등 거래구조 개선, 택배사와 대리점 간 분류인력 투입비용 분담 등을 논의해 오는 5월 말까지 추가 합의안을 내놓는 게 목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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