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간부급 인사 앞둔 검찰, 신 수석 의견 반영 여부 촉각
"박 장관 선 넘어" 비판도
[경향신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표를 내자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둔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하면서 검찰 내에선 중간 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신 수석은 박 장관과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조율하려 했지만 박 장관이 최종 협의 없이 지난 7일 일방적으로 인사를 발표하자 두 차례 사의를 밝혔다. 박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 번 만난 뒤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인사 발표를 했다. 윤 총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참모진을 그대로 유임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안을 재가해 결과적으로 박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신 수석의 사표도 반려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재신임한 만큼 중간 간부 인사에는 신 수석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신 수석은 검찰 출신인 데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을 때 민정수석 산하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어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조율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윤 총장은 신 수석을 통해 박 장관에게 고위 간부 인사 때에도 의견을 전달했으며, 앞으로 있을 중간 간부 인사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간 간부 인사를 두고는 장관과 총장이 만나서 논의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는 중간 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 의견이 반영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번주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법무부는 19일이나 22일에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신 수석의 사표 파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검사는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인사를 낸 것은 선을 넘었다고 본다”며 “신 수석의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검사들이 많다. 신 수석은 정권 말기 갈등 중재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을 텐데 박 장관이 절차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B검사는 “청와대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듯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신 수석 의견을 받아들이는 인사를 할지는 발표를 봐야 알겠다”며 “대검이나 서울중앙지검 인사를 보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중간 간부 인사의 관건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권 재확립을 위한 차장·부장검사 교체 여부다. 이 지검장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 등으로 윤 총장 징계에 힘을 실으며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에게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청구하자 1·2·3·4차장검사가 모두 이 지검장을 찾아가 일선 검사들의 항의를 전하며 용퇴를 건의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이 지검장을 유임하면서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 규모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과 뜻이 맞는 인물로 차장·부장검사를 교체하면 연쇄적인 전보가 일어나 그만큼 인사 폭은 확대된다. 이로 인해 인사 논란이 커지면 ‘추·윤 갈등’을 재현하는 모습이 연출돼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C검사는 “박 장관의 중간 간부 인사안에 대해서도 청와대 의견이 정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지난 인사에서 조직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더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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