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깁스에도 "괜찮아요"..병원 꺼렸던 '정인이' 양모

2021. 2. 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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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사건' 2차 공판에 출석한 어린이집 담임교사 A씨는 쇄골에 깁스를 한 채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에 대해 물어보자 양모 장모(35) 씨가 이같이 답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장씨가) 병원에서 어린이집으로 돌아왔을 때 전화해 '병원에 (정인이를) 데리고 갔느냐'고 물었다"며 "오후에도 전화해 '의사가 신고하는 바람에 바깥에 여러명 경찰과 아보전 관계자가 왔다'고 말하곤 끊어버렸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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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밥 못 먹어도 병원 데려가는데"..일주일 넘게 병원 가기 꺼려
어린이집에서 병원 데려가자.."밖에 경찰들이 와 있다" 불쾌한 내색
"양모가 가정방문·소통 불편해 해"..홀트 방문 이틀 전 정인이 숨져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주 정도 깁스해야 된대요, 선생님. 그런데 괜찮아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사건’ 2차 공판에 출석한 어린이집 담임교사 A씨는 쇄골에 깁스를 한 채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에 대해 물어보자 양모 장모(35) 씨가 이같이 답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초께 정인이의 쇄골 부위가 손톱 한 마디 정도 빨개진 걸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도 붉은 기가 가시지 않고 어깨 부위를 잡고 안으려 하면 정인이는 평소보다 심하게 울었다. A씨는 정인이를 하원시키려 온 양부 안모(37) 씨에게 병원에 데리러 갈 것을 권했다. 퇴근길에 재차 정인이의 상황을 확인하는 A씨에게 장씨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할 것 같아서 큰 병원에 가야하는데 밖에 나와 있어 병원에 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장씨는 정인이가 매번 멍이 들어있어도 괜찮을 거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왼쪽이 다 나을 쯤이면 오른쪽, 오른쪽이 다 나을 쯤이면 왼쪽 식으로 상처들이 얼굴에 집중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장씨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A씨는 “(장씨가) 그냥 안일하게 괜찮아요, 괜찮을 거에요 라고 말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께 얼굴이나 상체에 멍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정인이의 허벅지와 배에 손톱 크기 멍들이 6~7개 발견되자 B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신고를 했다. 장씨는 어린이집에서 학대신고를 했다는 걸 알지 못했으나 1차 학대신고 이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A씨는 “(장씨에게) 사진 찍어 보내거나 상처 알고 있냐 물으면 저에게 답하지 않고 원장선생님에게 불쾌하다고 했다더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선 입양기관 홀트복지회(홀트) 사회복지사 C씨도 장씨가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꺼려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께 장씨는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C씨에게 전화해서 “(정인이가) 일주일째 먹지 않아요.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 들지 않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에 대해 법정에서 “보통은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는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일주일 째 병원 진료를 가지 않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장씨는 B씨가 같은 달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간 걸 알았을 때에도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장씨가) 병원에서 어린이집으로 돌아왔을 때 전화해 ‘병원에 (정인이를) 데리고 갔느냐’고 물었다”며 “오후에도 전화해 ‘의사가 신고하는 바람에 바깥에 여러명 경찰과 아보전 관계자가 왔다’고 말하곤 끊어버렸다”고 증언했다. A씨는 “원장님이 정신 없어서 연락을 못 드리면 저라도 연락드리고 병원에 가겠다고 양부모에게 약속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 교사들은 ‘숨만 쉬고 있는 아이’ 같던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 A씨는 “(양부모) 무시하고 병원에 데려갈걸 하루종일 그 고민만 했다”며 “(정인이가) 숨 쉬고 있는지 불안해서 계속 어디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홀트도 장씨가 피한다는 이유로 가정 방문을 미뤘다. C씨는 “양모가 여러 일정을 이유로 (가정방문을) 거부했고 양모가 소통을 불편해 하는 걸 알고 양부와 소통하게 됐다”며 “양부가 추석 이후 업무시간이 길다고 해 10월 15일 오후 4시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인이는 홀트의 가정방문 이틀 전인 같은 달 13일에 사망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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