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힌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포용' 구상

이주영 기자 2021. 2.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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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 사표 파동

[경향신문]

박, 신 수석 ‘패싱’ 후 대통령 보고
‘추·윤 사태’ 수습 국면서 또 잡음
여당 강경론 손 들어줬다는 관측도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터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이 여권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무산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교체로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했던 ‘추·윤 사태’가 ‘신·박 갈등’으로 재연되는 모양새다. 조율되지 않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을 최종 사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의 신 수석을 통해 검찰과의 갈등을 수습하고, 박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도 암초를 만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도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이견이 있었다”며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된 탓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수석이 몇 차례 사의를 표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거듭 만류했지만 신 수석은 그만두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현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신 수석을 발탁한 데에는 검찰과의 갈등 국면을 수습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검찰을 다독이면서 개혁 동력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신 수석으로선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측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면서 관계개선을 시도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장관은 신 수석으로부터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키고 심 국장은 요직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뒤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법무장관 안이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되고 발표된 것”이라며 “박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절차를 의지대로 진행했다. 문 대통령 재가는 있었다”고 했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조율했다는 말도 나온다.

관심은 검찰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했던 문 대통령이 인사안을 재가한 배경에 모아진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이 보고한 인사안이 신 수석과 조율을 마친 내용으로 알고 재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은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안의 의미와 파장을 문 대통령이 모를 리 없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일각에선여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한 여당 내 강경론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한 여권 내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검찰 인사가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통령을 결부 짓지 말아달라”고 답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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