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염원' 유품 건네받은 문 대통령
고향 황해도에 가기를 소망"
유족, 영상 자료·책도 전달
문 "이제 자유롭게 가시길"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문 대통령은 고인을 추모한 뒤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술 한잔 올리고 싶다”며 영전에 술잔을 올린 뒤 절을 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나누었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었다”며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권변호사를 지낸 문 대통령은 재야 시절부터 백 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며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백 소장은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다.
백 소장의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부친이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내몰리지 않게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 이게 백 선생 뜻”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알겠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백 소장의 통일에 대한 당부 메시지를 담은 영상 자료와 책, 흰 손수건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백 교수는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 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고향인 황해도에 가고 싶다고 전달해드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이후 2년 만이다. 2019년 6월에는 북유럽 3개국 순방 도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자 귀국 직후 동교동 사저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한 바 있다.
이주영·박채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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