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진다?..정부 "임대차법은 성장통, 보완 없다" [뉴스+]

나진희 2021. 2.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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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서민 삶 팍팍해져 가는데..
사진=뉴스1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가속화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임대차법에 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1989년 임대차 의무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수개월간 혼란기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세난 또한 시간이 흘러 공급이 확충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미리 올려받자”…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 상승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는 탓에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수요는 여전한데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시행으로 공급이 묶인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신규 전세 계약의 경우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받으려는 경향이 생기며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지난달 5억8827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해 11월 3억1066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후 지난달 3억2644만원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2011년(15.38%)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후인 작년 8∼12월에 월별로 0.69%, 0.81%, 0.71%, 1.02%로 상승폭이 커졌으며 특히 서울은 5.57%나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의 월세화 가속… 반전세 임대료도 올라

소위 ‘반전세’의 비중이 증가한 것도 우려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내는 반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전세는 2만4909건으로 전체의 32.9%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 6개월(지난해 2∼7월)간 28.2%에서 4.7%p 상승한 수치다.

심지어 반전세의 월세도 올랐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반전세는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이었지만, 임대차법 시행 후 지난해 10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23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3차는 84.9㎡(17층)는 지난해 5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40만원에 계약됐는데 이달 8일 같은 층이 보증금 5억원에 월세 8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정부 “임대차법 효과 발휘 중… 보완 없어”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전세난과 관련한 임대차법의 영향을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으나 시행 이후 약 7개월만인 지난 16일에서야 공식 석상에서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임대차법 손질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임대차법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1989년도에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국민소득이 5750불이었다”며 “지금 3만불 시대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 워낙 급하기 때문에 ‘2+2’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차법 효과로 세입자분들이 74%까지 계약갱신을 해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있고 전셋값 추이도 조금씩 상승폭이 둔화가 되고 있다”며 “2월 겨울방학 학군 수요가 끝나면 지금 매물도 늘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 차관은 또 “그런 의미에서 (임대차법의) 효과가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 보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제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 차관은 “다만 공급확대가 돼야 전세∙월세도 완전하게 안정되기 때문에 결국은 공급확대를 얼마나 빨리 하는지가 집값과 전셋값의 양면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1989년도 임대차법 개정 당시 폭등하던 전셋값이 분당 등 1기 신도시 공급 등으로 안정을 찾은 것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선 24번의 실패 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무척 낮은 상황이어서 2∙4 대책 등 대규모 공급 대책에 시장이 반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대책 발표를 통해 수십만채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입주 물량이 아니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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