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진다?..정부 "임대차법은 성장통, 보완 없다" [뉴스+]
◆“미리 올려받자”…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 상승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는 탓에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수요는 여전한데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시행으로 공급이 묶인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신규 전세 계약의 경우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받으려는 경향이 생기며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지난달 5억8827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해 11월 3억1066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후 지난달 3억2644만원으로 상승했다.
소위 ‘반전세’의 비중이 증가한 것도 우려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내는 반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전세는 2만4909건으로 전체의 32.9%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 6개월(지난해 2∼7월)간 28.2%에서 4.7%p 상승한 수치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전세난과 관련한 임대차법의 영향을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으나 시행 이후 약 7개월만인 지난 16일에서야 공식 석상에서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임대차법 손질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임대차법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1989년도에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국민소득이 5750불이었다”며 “지금 3만불 시대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 워낙 급하기 때문에 ‘2+2’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24번의 실패 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무척 낮은 상황이어서 2∙4 대책 등 대규모 공급 대책에 시장이 반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가 대책 발표를 통해 수십만채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입주 물량이 아니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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