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조선인이 범죄 저질러서 대응' 간토 학살도 정당화
미국 학계도 "대량 살상 부정 수법..얼빠진 작품" 비판
[경향신문]
한·일관계 역사를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에서 왜곡한 논문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미쓰비시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쓴 램지어 교수가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까지 부정한 것으로 16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하버드대 로스쿨 내 ‘존 올린 센터’ 홈페이지에는 램지어 교수가 2019년 6월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설 보안 업체’라는 논문이 올라 있다. 그는 논문에서 1923년 9월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자경단의 조선인 학살 사례를 분석했다. 이 논문은 오는 8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는 일선 경찰서에 재일조선인들이 혼란을 틈타 방화와 테러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어 조선인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이 확대재생산됐고,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무차별 살해한 것이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인 자경단의 조선인 살해를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조선인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범죄를 저질렀고, 자경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을 죽였는가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맞지만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자경단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살을 정당화하고, 희생자 수도 많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지진 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소문이 아니다”라는 조선총독부의 일방적 보고서를 인용하며 괴담을 기정사실로 치부했다. 그는 또 조선인 사망자 숫자에 대해 “2명 이상 1만명 이하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조선총독부가 제시한 300여명이 합리적인 추산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간토 대지진 전문가인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난징 대학살 같은 대량 살상 사실을 부정하려는 세력이 쓰는 주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희생자 숫자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대량 학살을 부정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앞서 논란을 촉발시킨 그의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업자와 계약을 맺은 매춘부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와 군의 개입 사실도 부정했다. 위안소 설치 및 관리,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의 담화마저 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 전문가인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는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한심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23년간 재직했으며 공식 직함은 ‘일본법 연구 미쓰비시 교수’로 돼 있다.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자란 의미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위안부 논문이 예정대로 학술지에 실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는 당초 그의 논문을 3월호에 실을 예정이었으나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학술지는 홈페이지에서 해당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을 공지하고 “가능할 때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공지문을 올려뒀다. 하지만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대학 내에서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은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답했다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전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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