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윈 정인이,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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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어린이집 관계자들 증언이 나왔다.
정인이 입양을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도 "양모가 (정인이를)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어린이집 원장 A씨와 교사 B씨,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C씨 등은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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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도 "등원 직후부터 온몸에 멍"
증언 중 눈물·오열도.. 양모는 고개 푹 숙여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받아왔다는 어린이집 관계자들 증언이 나왔다. 정인이 입양을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도 "양모가 (정인이를)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증인들은 생전 정인이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이집 원장 A씨와 교사 B씨,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C씨 등은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어린이집 원장 "얼굴과 팔, 허벅지, 배에 멍"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지난해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원장 A씨는 "처음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지만 입학 이후 얼굴과 팔 등에서 멍과 긁힌 상처가 계속 발견됐고,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 B씨는 "아이들이 기어다니며 부딪히긴 하지만 그렇게 큰 멍을 본 적이 없어서, 지난해 3월 24일부터 정인이 상처를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양모 장씨에게 정인이 몸에 난 상처 원인을 물으면 장씨는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물다가) 두 달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설명했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이 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정인이는 친구들과 놀지 않고 교사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었다. A씨는 당시 정인이 모습에 대해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며 오열했다.
"양모 '정인이 불쌍한 생각 안 든다' 말해"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사회복지사 C씨도 정인이에 대한 양모 장씨의 태도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C씨는 "지난해 9월 18일 장씨로부터 정인이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장씨가)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장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내내 얼굴을 가리다가, C씨의 이 같은 증언이 나오자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고개를 떨궜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선 정인이에 대한 1차 신고(지난해 5월 25일)가 접수된 후 장씨 자택을 방문해 멍자국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당일 자택으로 갔다"며 "양해를 구하고 옷을 벗겨서 신체를 촬영했는데, 허벅지와 배에 멍자국이 보였고 귀 안쪽에 붉은 것처럼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상처 이유를 물었지만 '(양부 안씨가) 허벅지 안쪽 멍은 마시지를 해주다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양모 장씨가 아이를 30분가량 자동차에 방치했다'는 추가 신고(지난해 6월 29일) 접수 후 이뤄진 가정방문 때도 정인이 이마 부위에 상처가 발견됐다고 한다. 장씨는 C씨에게 "아이가 엎드려서 자다가 생긴 거라 금방 없어진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장씨가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전화했을 당시 C씨는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했지만, 장씨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미뤘다고 한다. C씨는 "양모에게 기관 차원에서 아이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자 장씨 말투도 바뀌고 연락도 잘 안 됐다"며 "이후엔 양부를 통해 논의했고,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방문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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