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격추한 소련 "美 스파이 활동"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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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소련(현 러시아)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대한항공(KAL) 여객기를 격추한 만행과 관련해 "KAL기가 미국 스파이 활동을 하려 했기 때문"이란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보복 조치로 자국 내 소련 KGB(국가보안위원회) 요원들을 추방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당시 진행 중인 미·소 간 군축협상에 미칠 악영항을 우려해 막판에 접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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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내 KGB 요원 추방까지 검토
군축협상 등 감안 대응수위 낮춰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KAL기 사건 발생 초기 미국의 대응, 소련과의 접촉 상황 등을 정리한 문건을 공개했다. KAL기 사건은 전두환정부 시절인 1983년 9월 1일 269명을 태운 KAL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사할린 해상에 추락한 참사다. 희생자 대부분은 한국인이었으나 당시 비행기에 미국인 61명도 탑승한 상태였다.
이 사건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에서 보내던 휴가를 단축해 백악관으로 돌아올 정도로 미국에도 큰 충격이었다. 미국은 소련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 관제탑 간의 무전 녹취록을 중앙정보국(CIA)이 입수해 사건 초기부터 소련군 소행임을 파악했다.
소련은 “미확인 비행기가 영공을 침범했고 비행기 표지등이 없었으며 응답하지도 않았다”면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비행을 계속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무장 민항기를 격추했음에도 모든 책임을 KAL기 측에 떠민 것이다. 외교 무대에서는 심지어 “KAL기가 스파이 활동을 하기 위해 미국이 보낸 것”이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에 분노한 미국 백악관은 한때 자국에 주재하는 소련 KGB 요원들을 추방하는 ‘극약처방’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지 슐츠 당시 국무장관이 “소련 역시 미국 정보요원 추방으로 보복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미·소 간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등 군축협상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미국이 대응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공개된 문건은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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