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간 국민의힘 1차 토론회..나경원·오세훈 '승리'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 토론 1차전이 어제(16일) 끝났죠. 서울에서는 나경원·오세훈, 부산에서는 박형준·박민식 후보가 승리를 거뒀는데요. 흥행 실패란 지적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회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토론회 하이라이트와 관련 논란을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한쪽은 냉탕, 다른 한쪽은 온탕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1차 토론회 얘기입니다. 4명의 후보가 2명씩 나뉘어서 1대1 토론을 벌였는데요. 어제 여정회에서 주요 내용은 간추려서 전해드리긴 했지만요. 오늘 발제에서는 하이라이트를 뽑아 총정리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냉탕부터 들어가 보겠습니다. 토론회 1부를 열었던 오신환·나경원 예비후보는 처음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데요. 부동산 정책이 쟁점이었습니다.
[오신환/전 의원 (어제) : 그때 이제 청년들과 신혼부부에게 대출이자를 1억1700만원 지급하겠다고 (최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이게 퍼주기 논란이 있다 보니…]
나경영 아니냐는 비판이 있던 공약이죠. 청년·신혼부부 주택 마련 시 대출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을 두고 오 후보가 퍼주기 논란이 있다고 지적한 거죠. 오 후보는 반값 아파트에 대출 이자까지 지원하는 건 중복 혜택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나 후보는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쏘아 붙였습니다.
[오신환/전 의원 (어제) : 이미 반값 아파트에 대한 재정 혜택을 받은 분들이 또다시 대출이자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중복지원이다 이런 문제가 있거든요.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경원/전 의원 (어제) : 제 공약을 잘 이해를 못 하신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고 (자꾸 이해 못 한다 하지 마시고.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똑같이 그런 말씀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요. 토지임대부 주택이라는 게 뭐냐 민간 분양 아파트도 사지 못하는 분들이에요. 그분들에게 사다리를 두텁게 놔드리는 거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둘은 정치 성향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는데요. 오 후보가 나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겁니다. 나 후보가 워낙 '강경 보수'이다 보니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오신환/전 의원 (어제) : 우리가 강경 보수의 깃발을 들고 결국에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나 후보님도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
[나경원/전 의원 (어제) : 네.]
[오신환/전 의원 (어제) : 그죠. 그래서 자유주의 상식 연합인가 이런 것들을 하는데 결국에는 가장 오른쪽에 계신 분이 그 얘기를 하니까 결국에는 될 것도 안 되는 거예요.]
[나경원/전 의원 (어제) : 제가 왜 가장 오른쪽에 있죠? 정치학회에서 조사하는 거 보면 제가 우리 당의 의원들 중에서 오히려 중간에 가까운 이념 성향으로 나오기도 하죠.]
이번엔 온탕으로 들어가보죠. 시종일관 날을 세웠던 두 사람과 달리 오세훈·조은희 후보간 토론회는 덕담의 장이었습니다. 한때 시장과 정무부시장으로 함께 시정 활동을 했던 인연 때문인지 칭찬 일색이었는데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JTBC 비정상회담 144회 : 넌 진짜 남자가 봐도 정말 잘생긴 거 같아 감사합니다. 형, 요즘 제가 보기에는 MC 중에 제일 잘하시는 거 같아요. 그건 맞는 말이고]
오세훈 후보가 조은희 후보를 적극적으로 띄워줬는데요. 조 후보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죠.
[오세훈/전 서울시장 : (서초구) 횡단보도 그늘막이 전 서울시내에 다 퍼졌는데 아마 전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이렇게 정말 위민 행정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서초구에서 블록체인 그 교육과정을 만든 것을 보면서 (청년 정책) 일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두 후보는 원팀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는데요.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공약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비판했습니다.
[오세훈/전 서울시장 (어제) : 30만호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려면 적어도 면적으로 보면 송파구 면적 정도의 빈 땅이 필요합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서 그 면적 전체를 다 활용해도 30만 가구는 절대 안 되는 수치다.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조은희/서초구청장 (어제) : 안 되는 말씀을 책임 없이 하시는 거죠. 제가 또 박영선 후보가 지금 콘텐츠가 없으니까 문재인 정부의 이 무능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을 전부 고문으로 영입하셔가지고 서울시정도 정말 무능한 재판이 되려나 걱정되는데…]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죠. 당원과 시민 등 1000명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이 토론의 승자를 가렸는데요. 1부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2부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토론 평가가 경선 결과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토론이 끝난 후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자화자찬을 늘어놨는데요.
[정진석/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어제) : 한국 정치의 토론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렇게 규정하고 싶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한 정책 비전, 튼실한 비전 토론이었습니다.]
물론 서울시장 토론회는 정책 검증 위주로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없이 마무리가 됐죠. 하지만 정 공관위원장, 아무래도 부산시장 토론회는 안 챙겨본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제가 발제에서 박형준·이언주 후보의 불꽃 튀는 인신 공격 난타전을 다뤄드렸는데요. 여정회도 안 보시는 것 같은데 자주 챙겨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론회 내용과는 별개로 토론회 시작 전 찍은 사진 한 장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후보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함께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촬영한 기념사진입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악수 등 신체 접촉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건데요. 실제로 조은희 후보는 최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여러명과 'X자 악수'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자 방역지침을 어겼다고 공개 비판한 적도 있었지요.
이번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안 대표는 어제 서울 경제를 살릴 4가지 목표라며 'V4 공약'을 내놨는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글로벌 경제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4가지 목표가 있는데 저는 그걸 V4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가 예전에 PC를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V3 백신 개발자였다면 이제는 위기의 서울을 구할 이런 4가지 목표를 현실화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V4라고 하니까 저는 'V'를 맨 앞글자로 한 4가지 키워드를 뽑은 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안 대표, 과거 자신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운영하며 V3라는 유명한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든 적이 있지요. 거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네요. '서울을 지식 산업 등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도시로 키우기 위한 4가지 백신'이란 의미로 저런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지식자본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 그리고 또 융합 경제 서울을 만들겠다, 또한 전 세계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코스모폴리탄 서울 또한 공유가치 서울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공약 내용들이 쉽지만은 않다 보니 아무래도 머릿 속에 쉽게 각인되는 네이밍(Naming)이 중요하겠죠.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할 때도 네이밍 마케팅을 주로 사용하곤 합니다. 윤창호법, n번방 방지법 등이 그 사례인데요. 이름만 들어도 법안 내용을 유추할 수 있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 대표 뿐만 아니라 다른 야권 후보들도 공약 네이밍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나경원 후보는 부동산 공약에 '원더풀 7대 공약'이란 이름을 붙여 홍보하기도 했죠.
[나경원/전 의원 (지난 6일) : '원'하는 곳에 '더' 많은 집을 짓고 풀건 '풀'어 드리는 부동산 원더풀 7대 공약입니다.]
나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민생구조 기금에 '숨통트임론'이란 이름을 달기도 했고요. 오세훈 후보도 청년 지원 공약의 일환으로 '청년 취업사관학교', '희망두배 청년통장'이란 이름의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재보궐 선거가 이제 중반전을 넘어가고 있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토론 전략, 공약 네이밍 등 여러 분야를 둘러싼 후보들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선거 뉴스 쉽고 재밌게 읽어드리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 1차 토론 배틀 나경원·오세훈 승리…공약 네이밍 전쟁 '후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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