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 일상으로 가는 길]③ 남겨진 사람들, 멈추지 않는 상처
[KBS 대구]
[앵커]
코로나19 기획 세 번째 순서입니다.
1538명, 오늘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로 숨을 거둔 사망자의 숫자입니다.
무심코 세어진 숫자 속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 또 친구이거나 이웃이던 이들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겨진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지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어머니를 잃은 정혜경 씨.
2020년 2월 28일, 코로나19 1차 대유행과 의료마비 속에 어머니는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정혜경/코로나19 사망자 유족 : "응급실 말고 옆에 처치실인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엄마가 돌아가셔서 이렇게 누워계시는 모습 잠깐 3초, 2초 그게 본 게 다예요. 제가 한 3개월 전인가? 그 엄마가 만들어준 김치를 이제 김치찌개를 해 먹으려고 김치통을 열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게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한 거 그것도 못 들어줬고 아직 저 깊숙이 엄마 김장김치가 작년에 했던 김장김치가 아직 있어요."]
긴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이 머지않았지만 동식 씨 가족에게 봄은 아버지가 떠난 고통스러운 계절입니다.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또 하나.
'코로나 유족'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박동식 씨 어머니/코로나19 사망자 유족/음성변조 : "'코로나 걸렸다면서? 돌아가셨다면서?' 이렇게 딱 말하고는 연락을 끊어버리니까.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고. 우리 남편이 잘못해서 그런 것 같지.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 보면 겁나고 무섭고 정신과에 가서 약 타는 것도 그것도 혹시나 누가 볼까 싶은 게."]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은 극심한 불안과 트라우마로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사망자 천오백 명이 넘도록 심리지원을 연계 받은 유족은 7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현진희/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 "사실은 각 지자체에서 이 유가족들의 명단이나 이분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합심리지원단에 알려주셔야 심리지원을 제공할 수가 있거든요. 지금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분들이 받는 것처럼요. 지금 상황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래서 유가족이 제가 보기엔 지금 가장 큰 심리지원에서의 사각지대라고 보이고요. 이들의 고통을 같이 공감하고 아파해주고 우리가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통합하고 함께 잘 회복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보입니다."]
코로나19 1년.
긴 터널의 출구 앞에 서 있다고 믿고 싶지만 무엇도 쉽게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매일 쏟아지는 누적 사망자 숫자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눈물을 담지 못한다는 것, 이들의 눈물이 코로나 비극 속에 가려진 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냥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프게 돌아가셔서. 저는 그것밖에 없어요."]
제작:이지은·신상응/나레이션:진유현/그래픽:김현정
이지은 기자 (ea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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