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조선인 학살'도 부정..하버드대 "학문의 자유"

조익신 기자 2021. 2. 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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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부였다'는 논문을 써 파문이 커지고 있죠. 그런데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년 전 쓴 논문에선 간토 대지진 당시에 조선인 학살을 부정했습니다. 하버드대 측은 '학문의 자유'라며 램지어 교수를 감쌌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얼마 전 후쿠시마에 강진이 있었죠. 지진이 지나간 직후,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겁니다. 이 황당한 '가짜뉴스'. 여정회의 중간 존엄 인기코너죠. '복마크'에서도 다뤘었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지금이야 안 속겠지만 100년 전 간토대지진 때만 해도 악의적 소문에 무고한 조선인 수천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가볍게 꺼낼 수 있는 그런 내용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고 이 진실을 왜곡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죠.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입니다. 램지어 교수, 알고보니 역사왜곡 상습범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자경단 :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란 논문에선데요. "지진 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건 근거없는 소문이 아니다", 조선총독부의 당시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간토 조선인 학살도 팩트를 교묘히 비틀었습니다. 조선인들을 마치 '범죄집단'처럼 묘사했는데요. 학살이 일어난 건 맞지만, 당시 조선인의 범죄율이 높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일종의 '정당방위'였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램지어 교수는 우리 민족의 저항운동을 '테러'처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박열 열사까지 소환했습니다.

박열 열사. 일본 정부가 간토 대지진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세운 희생양이었습니다. 램지어 교수는 "명백한 일왕 암살시도"라고 규정했지만 말입니다. 근거가 뭐냐고요? 일본 정부의 자료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램지어 교수가 인용한 건, 일본 극우들 뿐만이 아닙니다. 일부에선 '토착 왜구'라고 부르고 있죠? 우리나라 극우 인사들의 글도 줄줄이 인용했습니다.

[JTBC '뉴스룸' (어제) : '위안부와 교수들'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시작부터 "한국 여성이 위안소에 강제 동원됐다는 문서는 발견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언급된 국내 학계 교수들을 보니 박유하 세종대 교수,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외에도 대부분 극우로 분류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발언도 인용됐습니다. "위안부 여성 대부분이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매춘업에 들어가려 했다"는 겁니다.]

램지어 교수가 어떤 자료들로 논문을 썼는 지 짐작이 갑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으로 요즘 하버드대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하버드대생들과 미국 내 한인사회는 물론, 전세계 지식인들이 나서 거세게 항의 중인데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도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답장이 도착했다고 하는데요.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며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버드에선 역사왜곡도 '논쟁'의 영역인가 봅니다. 하버드대의 상징 문장은 '베리타스(VERITAS)'입니다. 라틴어로 '진리, 진실'을 뜻하는데요. 학문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실을 왜곡할 순 없는 일입니다. 하버드의 역사를 보면 비슷한 논란이 꽤 있었습니다. 제국주의의 논리에 발맞춰서 '우생학'을 발전시켰던 곳이 바로 하버드였습니다. CIA의 뒷 돈을 받고, 중동 연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관련 사실이 문제가 되자, 하버드는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노빙렁/메인주립대학 역사학 교수 (1968년 하버드 졸업) : 사프란 교수의 스캔들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가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하버드가 그를 즉시 쫓아낼 만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문의 자유 등을 들먹였다.]

하버드대가 대학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노엄 촘스키/MIT 석좌교수 :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같은 엘리트 대학에 진학을 하면, 어떤 것들은 말해서도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심어주게 된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심지어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젊은이들을 세뇌시키는 기능이다.]

더욱이 하버드 입장에서 램지어 교수는 그냥 교수 한 사람이 아닙니다. '엔화'를 등에 업은 돈줄이라고 할까요?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입니다. 전범 기업이죠. 미쓰비시 중공업이 1970년대에, 하버드대에 150만 달러의 기부금을 주고 만든 자리.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 앉은 게 바로 램지어 교수입니다. 논문에 일본 극우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건 우연이 아니란 겁니다. 어쩌면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억지 주장을 편다고 해도, 우리에겐 분명한 증거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증인. 이용수 할머니입니다. 이 할머니는 오늘 하버드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는데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이용수/여성인권운동가 : 그 교수가 잘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괘씸하게 생각하고 분하게 생각해가지고 더 나서지 않겠나, 열심히 하지 않겠나. 무시하세요. 그것까지 신경 쓰지 마세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겁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달라고 다시 한번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용수/여성인권운동가 : 저도 세월이 많이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참 바쁩니다. 할 거 다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국제사법재판에 스가 일본 총리하고 스가 총리하고 가서 이거를 완벽하게 따져서 법으로 판단을 내기를 저는 간곡히 애원으로 우리 문재인 대통령한테 말씀드립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역사적 사실이니, 당당하게 재판을 받자는 이 할머니의 생각.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다만,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여기엔 '돈'도 작용을 하죠.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다투는 게 아니라, 국력을 다퉈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는 '미지수'입니다. 더욱이 일본이 재판에 응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아 보입니다.

나치 독일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유대인의 막강한 힘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있죠. 어쩌면 우리나라가 아직도 '약소국의 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램지어 "조선인이 우물에 독 탔을 수도"…역사왜곡 상습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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