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께 죄송해" '성추행' 교수 초청 KAIST교수 정중히 사과

고재원 기자 2021. 2. 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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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교수를 세미나에 초청했던 KAIST 수리과학과 박 모 교수가 16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페이스북 캡쳐

제자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모 전 서울대 교수를 KAIST 학술세미나에 초청했던 박모 KAIST 교수가 16일 해당 교수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중히 사과했다.  강모 교수는 당초 이달 18~19일, 24~26일 KAIST 수리과학과에서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 초청됐다가 논란이 일자 학교 측에 요청해 스스로 강의를 취소했다.

박 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심각한 고민 없이 단순히 지적∙학문적 호기심과 배움을 위한 장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취소된 세미나로 갑작스럽게 충격과 고통을 받은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또 "이 일과 전혀 무관한 학교와 학과가 언론에 부정적으로 묘사되게 되어 제 경솔함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앞서 강 전 교수 초청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14일 입장문 형식의 이메일을 통해 강 전 교수의 초청 배경에 대해 입장을 밝혀왔다. 동아사이언스는 입장문 공개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한 뒤 조심스럽지만 초청자의 초청 배경을 온전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필요성이 있어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2월14일자 보도 '제자 성추행' 전 서울대 교수 강연 KAIST 초청자 "학생 대상 아닌 전문가 연구성과 공유 자리" )

박 교수는 동아사이언스와 이메일 서신과 앞서 공개한 사과문에서 강 전 교수로부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로부터 여러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피해자들이 겪은 피해와 그 후의 고충에 대해 진술하는 이메일들을 읽으며 그분들의 많은 고통을 느꼈고, 저도 고통을 공감하며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며 “사건 당사자들 대부분 삼자였고 저와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보니 언론에서 피상적으로 접하던 것들로만 구성된 단면들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5년간 수 백회의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참가하면서 단 한번도 지식을 배우는 장 외에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며 진행하다 학문 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한 저의 무지로 인해 이 일이 제 의도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로 발전하게 돼 주변에서 아껴주시던 분들께 누가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위 과정부터 2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학자로서의 길만 따라오며 학문 이외에는 모르는 제 우둔함이 있었고, 한편 그 외길을 따를 수 있었던데는 남성으로써의 간접적 특권을 은연 중에 누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향후 "강 전 교수를 초청해 학술행사 등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에 하나 "순수지적 활동으로써의 해당 당사자로부터의 강연은 필요한 경우 사적인 경로로 비공개로만 개인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혹 비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모두 개인적으로 지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 교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전문

우선, 심각한 고민 없이 단순히 제가 가진 지적-학문적 호기심과 배움을 위한 장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며칠 전 추진하였다 취소된 어느 세미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충격과 고통을 받으신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분들께 저의 부족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이 일과 전혀 무관한 소속기관과 학과가 언론에 부정적으로 묘사되게 되어, 제 경솔함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15년간 수 백회의 학술 세미나를 일상적으로 개최하고 참가하면서 그간 단 한번도 지식을 배우는 장으로서의 세미나 이외에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며 진행하다, 학문 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한 저의 무지로 인해 이 일이 제 의도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로 발전하게 되어, 주변에서 아껴주시던 분들께 누가 되었습니다.

인권과 학문의 자유의 원칙은 원칙으로써 유효하지만, 지난 하루 동안 몇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피해와 그 후의 고충에 대해 진술하시는 이메일들을 보내어 이를 읽으며 그 분들의 많은 고통을 느꼈고, 저도 고통을 공감하며, 이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관련 사건 당사자들 대부분이 3자이고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언론에서 피상적으로 헤드라인에서 접하던 것들로만 구성된 단면들만 알던 사건이었습니다.

학위 과정부터 거의 20년에 달하는 제 학술기간 동안 한 학문 분야의 학자로서의 길만 따라오며 학문 이외에는 모르는 제 우둔함이 있었고, 한편 그 외길을 따를 수 있었음에는 저는 미련하게 생각지 못했으나 남성으로써의 간접적 특권 등을 은연 중에 누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그 이메일들을 여러 번 읽으며 학자적 양심과 인간적 양심, 인권과 학문에 대한 자유의 권리, 법과 처벌, 구제와 갱생 등에 대해 여러 문제들을 생각해 보았고, 때로는 충돌을 하는 이런 가치들에 대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 중, 몇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건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앞으로 제가 해당 당사자를 초청하여 학술행사 등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순수지적 활동으로써의 해당 당사자로부터의 강연은, 필요한 경우 사적인 경로로 비공개로만 개인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혹 비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모두 개인적으로 지출될 것입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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