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 직원, 정인이 양모 대해 "엄마 무책임에 너무 속상했다"

이기우 기자 2021. 2. 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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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담임 교사 "마지막에 본 정인이, 숨만 쉬고 있었다"
양부모 빠져나가는 길에는 시민 수십명 몰려 "장○○ 사형!" 소리질러

입양한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오전 재판에서는 정인이가 생전에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이후 오후 2시에 재개된 재판에는 정인이를 입양시킨 홀트아동복지회 직원 A씨와 정인이의 어린이집 담임 교사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입양해 학대하다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가 탄 법무부 호송 버스가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경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기우 기자

A씨는 정인이가 입양된 후 정인이 가정을 세 차례 방문했다. 2020년 3월 말 통상적인 사후관리를 위해 방문했을 때는 “정인이와 양부모와의 상호작용이 편안했고,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직후인 5월 26일 2차 가정 방문에서는 아이의 위 아래 옷을 벗겨 사진을 찍고, 멍이 든 곳을 확인했다. A씨는 “허벅지 안쪽과 배에 멍이 들었고 긁은 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며 “배는 쉽게 아이가 멍들기 어려운 부위라서, 양부모에게 다친 경위를 물었지만 언제, 왜 발생하게 됐는지 잘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때까지는 “양부모가 정인이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넘어져서 다쳤다거나 아빠가 마사지를 해주다 멍이 든 것 같다는 양부모의 말을 믿었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7월 2일 정인이 가정을 세 번째로 방문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아동학대 이슈가 있던 만큼 직접 방문해 사후관리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가정 방문에서 A씨는 정인이 양모 장모씨로부터 “큰애와 율하(정인이의 입양 후 이름)를 같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다가 큰애를 먼저 데려다주면서 율하를 잠시 차에 혼자 뒀는데, 그때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를 차에 혼자 두면 안 된다’는 이유로 2차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씨가 큰딸을 미술학원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정인이를 차에 방치한 것이었고, 방치 시간도 약 30분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아보전을 통해 확인했다.

A씨가 본격적으로 장씨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9월 18일이었다. 이때 장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1주일째 음식을 잘 먹질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해도 말을 듣질 않는다”며 “불쌍하다고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장씨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해도 장씨가 병원에 가는 걸 꺼려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또 “보통 부모들이라면 아이가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어도 바로 응급실에 데려갈텐데, 1주일째 제대로 식사를 못한다는 아이를 병원에도 안 데려갔다고 하니 입양담당자 입장에서도 너무 씁쓸했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정인이의 양부 안모씨와 통화해 10월 15일에 다시 가정 방문을 하기로 했지만, 정인이는 그보다 이틀 먼저 사망했다.

정인이의 어린이집 담임 교사 B씨는 “정인이가 3월 어린이집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또래에 비해 통통했고, 일어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 발달도 다소 빠른 편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어린이집 입학 후 적응 과정에서 장씨가 아이에 대해 거리감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적응 과정에서는 낯선 환경에 놓인 아이가 울면 엄마가 이를 지켜보다 안아주거나 달래주지만, 장씨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B씨는 3월 말부터 정인이의 몸에서 멍이나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3월 24일을 시작으로 5월 25일까지 총 10차례였다. 이에 대해 장씨는 보통 모르겠다거나 침대에서 떨어졌다, 가구에 부딪쳤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1차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진 5월 25일에는 배에만 손톱만한 멍이 6~7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정인이가 두달간 어린이집을 나오지 않다가 다시 등원한 9월 23일 B씨는 “아이가 너무 달라져 교사들도 말을 잇지 못했다”며 “정인이를 세워놔도 후들거리다 다시 주저앉았다”고 했다. 정인이가 숨지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한 10월 12일에는 “눈만 뜨고 숨만 쉬는 상태였다”며 “아이 부모님 말씀 다 무시하고 병원에 한번 더 데리고 갈까, 하루종일 수십번은 고민한 것 같다”고 했다.

오후 5시쯤 재판이 마무리된 후에도 정인이 양부모는 법원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불구속 상태인 양부 안씨는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법원 근처에서 시위를 하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에게 둘러싸였다. 회원들은 안씨가 탄 승합차 보닛을 손으로 두들기고, “정인이 살려내!” “너도 감방 들어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한 뒤에야 안씨가 탄 승합차는 법원 경내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정인이 양부 안모씨가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2차 공판이 끝난 뒤 시민들의 야유를 들으며 법원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장씨가 탄 호송 차량 역시 한동안 법원 경내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재판이 끝나자 시민 50여명이 장씨가 탄 법무부 소속 호송 버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통로 양쪽에 늘어서서 “장○○! 사형! 장○○! 사형!”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5시 30분쯤에야 버스가 출발했지만, 곧바로 차량 앞을 막아선 시민들에 막혀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 시민은 법원 주차장에 대놓은 차량을 몰고 버스가 가는 길을 가로막았고, 일부 시민들은 멈춰 있는 버스 앞에서 정좌를 하다가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오기도 했다.

오후 6시까지 버스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있던 시민들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가 “이제 그만 보내줘야지 않겠느냐”며 중재한 후에야 “장○○! 사형!” 구호를 다섯 번 외치고 길을 터줬다. 버스가 빠져나가자 시민들은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흐느끼기도 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경내에서 시민들이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하다 숨지게 한 정인이 양모 장모씨가 탄 호송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도로에 앉아 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안씨와 장씨에 대한 3차 공판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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