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은 '백신 효과' 보는데..정부는 '해이해진 국민 방역 탓'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2021. 2. 1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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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다시 커진 대유행 공포]
■38일만에 확진자 600명대로
이스라엘 등 확진자 갈수록 주는데
丁은 "방역 수칙 위반" 화살 돌려
국내 접종계획 등 원활하지 않고
"거리두기 완화 성급했다" 지적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공급 시작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산업단지에서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 산업 단지의 한 공장에서 직원 11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올라서며 ‘3차 대유행’의 불씨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감염률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국내는 백신 도입마저 늦어지고 있어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이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일부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 우려스럽다”며 확진자 증가를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한 주간 집계된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전주 대비 약 16%가량 감소했다. 확진자 수 감소에는 백신 접종 영향이 컸다. 인구의 12%가량이 접종을 완료한 미국의 경우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수가 9만 1,000명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백신 접종률이 22%인 영국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6만 명대에서 최근 1만 명대로 감소했다. 누적 백신 접종률 세계 1위인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60세 이상 중증 환자 비율이 처음으로 젊은층보다 낮아졌다. 이스라엘에서는 고령 층의 90%가 백신을 맞았다.

물론 국내 확진자 수는 1,000명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사정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주일간 300~500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17일 0시 기준 621명까지 늘어나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이 올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도 내놓는 상황이다. 여기에 65세 이상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어려워지는 등 예방접종 일정이 꼬인 만큼 해외 국가들처럼 장밋빛 전망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공급되기 시작한 17일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약국에서 의료 관계자가 렉키로나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늦고 조기에 확보하지도 못했다”며 “최대한 백신을 확보해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없는 상태에서 거리 두기 완화와 설 연휴 영향이 2~3주 뒤인 2월 말~3월 초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OECD 37개국 가운데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호주·뉴질랜드·콜롬비아 등 4개국뿐이다. 일본은 이날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17일 광주 서구 시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가 성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전히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대로 심각한 상황인데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설 연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거리 두기 단계를 조정한 것”이라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정도에 상황를 보고 개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 완화는 성급했다”며 “2.5단계를 유지하면서 방역에 지장이 없는 준칙들을 적용하는 것이 나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확진자 수 증가를 시민들의 방역 의식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연휴에 잠시 주춤했던 확진자는 계속 늘어 지난달 10일 이후 39일 만에 다시 600명을 넘었다”며 “얼음판을 걷는 방역 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또한 “정부가 거리 두기 단계를 낮춘 것은 방역을 느슨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 방역은 더 철저하게 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생계를 유지하도록 고심 끝에 마련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확진자 수는 설 연휴 이전에 감염된 이들의 현황을 반영한 결과인 데다 오히려 연휴 기간 국민들의 이동량은 지난해 추석과 전년 설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은 무리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국가 출하를 승인했다. 보건 당국의 마지막 품질 검정 절차를 마친 셈이다. 이번 국가 출하 승인은 지난달 29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승인을 신청한 지 20일 만에 이뤄졌다. 식약처는 품목 허가를 신청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3월 첫째 주 이후에 허가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이날부터 의료 기관에 공급된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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