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될라".. 제철소 사고에 고개 숙인 최정우
안전책임자 사장급 격상.. 3년간 1조 투자 계획
조선·철강업계에 불안감 확산.. 안전사수에 온힘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이상현 기자] 최정우(사진) 포스코 회장이 최근 발생한 제철소 내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산업재해 사망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안전 책임 담당자를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최 회장의 사과를 놓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1호 기업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한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최근 나오는 정치권의 압박에 허리를 숙인 모습이다.
◇최정우 회장, 사고현장방문…"재발방지총력"=최 회장은 지난 16일 최근 발생한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사고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안전관리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최근 연이은 안전사고에 대해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최 회장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의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요구하시는 추가 내용들이 있을 경우 이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3일부로 시행중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6대 안전긴급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 중인지 직접 점검했다. 6대 안전긴급조치는 가동설비 점검·수리 금지, 작업중지권 고지, 작업시 CCTV 의무 사용, 위험현장 작업시 부소장(임원) 결재, 직영 안전조치사항 관계사 위임금지, 부식우려 현장 출입금지 등이다
최 회장은 또 협력사 대표들과 작업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인들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최 회장은 협력사의 모든 정비 작업에 대해서 포스코 직원도 TBM(작업전 잠재위험 공유활동)에 반드시 참여해 안전조치를 확인하고 서명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투자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노후·부식된 대형 설비의 신예화와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 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 및 보강 등에 쓰일 예정이다.
최 회장은 오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14명으로, 이 중 고용노동부가 산재로 판단한 인원은 8명이다. 이때문에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중대재해법 1호 기업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에 산업계 '좌불안석'=최 회장이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은 사망 산재사고에 대한 비판 여론과 새로 입법된 중대재해법을 피해가기 위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를 징역형에 처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불안감은 조선·철강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달 5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철판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는 "중대재해법 취지대로 엄중 처벌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이상균 조선해양사업대표 사장은 "또 다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회사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현장 안전을 사수하는데 모든 임직원이 함께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날엔 동국제강 부산공장 원자재 제품창고에서 일하던 50대 직원이 철강 코일에 끼이면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동국제강은 2018년부터 잇따라 사망하고가 발생하는 등 산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기업 중 하나다. 이에 동국제강은 오는 18일 환경안전 투자규모 확대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김연극 사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 회장은 "최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 사람 한명 한명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며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고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장우진·이상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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