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왕세자 손 잡아야 하나.. 바이든의 '사우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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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냐 실리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재설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사우디는 저명한 여성 인권 운동가와 미국 시민 2명 석방 조치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유화적 신호를 보낸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왕세자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곧 사우디의 미래"라며 바이든 정부가 그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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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자인 왕세자 건너뛰고 성과 내기 어려워
이라크 군기지 공격에 '우방' 사우디 가치 부각
명분이냐 실리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재설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임자와 다르게 인권유린 책임자로 지목된 사우디 왕세자와는 직접 대화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고집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서다.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최근 이라크 군기지 공격으로 중동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그 일환으로 적합한 대화 상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를 살만(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으로 적시했다. 현재 사우디 최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는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에는 인권을 주요 가치로 삼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지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살만 왕세자는 반(反)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배후로 지목되는 등 인권 탄압의 총책으로 비판 받아 왔으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對) 사우디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먼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실제 무기수출 계약 이행도 일시 보류했다. 정권 교체기의 통상적 조치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나 민감한 결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15일 이라크 군기지 공격은 바이든 정부를 흔들리게 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탄 공격의 유력 배후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로 추정되면서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일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역 라이벌인 사우디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실권자인 왕세자를 빼고 국왕과의 협상만으로 이란 핵문제나 예멘 내전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을 미국과 사우디간 결속력을 시험한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란의 노림수대로 미국은 살만 왕세자의 손을 잡을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바이든의 결정은 재검토 중인 미군 재배치 계획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 미군이 어떻게 재편되느냐는 사우디 안보에 중요 요소고, 이는 곧 미·사우디 관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사우디는 저명한 여성 인권 운동가와 미국 시민 2명 석방 조치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유화적 신호를 보낸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왕세자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곧 사우디의 미래”라며 바이든 정부가 그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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