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대법원장 거짓말과 사퇴는 다른 문제"

조윤영 2021. 2. 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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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거짓말 논란'으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했다"면서도 "사퇴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했지만, 그가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김 판사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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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부장판사 법원 내부망에 글 올려
김명수 대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직 부장판사가 ‘거짓말 논란’으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했다”면서도 “사퇴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김동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논의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2018년 당시 한 해 동안 내내 이슈화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사태에 의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다는 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바와 같다”며 “김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사이의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또다시 초래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법관 탄핵이 이뤄지고, 이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김 판사는 “현재의 한국사회는 정치적 권력 투쟁의 늪에 빠져 있다”고 전제한 뒤, “2018년 당시 검찰 조사에 의해 대법원에 통보된 사법농단 관여 법관은 모두 14명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국회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청문회 등의 진실규명을 하지 않았고, 그해의 주요 이슈였던 사법농단에 대응한 탄핵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아니했다”고 짚었다.

이어 “만약에 정치권이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1년 내내 국민의 사법개혁의 요구가 분출한 2018년 당시에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 및 탄핵절차를 단행했다면, 그것은 국회가 자신들 본연의 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2년여가량 지나고 정치적으로 여러 미묘한 상황이 다방면으로 전개된 이후에 갑자기 발동된 탄핵소추권은 결코 ‘법치주의’ 및 ‘재판독립’이라는 헌법상 순수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치권의 야당 역시 현직 대법원장에 대해 사퇴 논의나 요구를 넘어서 형사고발까지 단행한 것은, 정치권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가 약 1개월 보름 남짓 앞둔 상태로 첨예하게 각축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야당의 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 역시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상 순수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법적 가치를 위반했지만, 그가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김 판사는 짚었다. 그는 이어 “사법부의 수장인 김 대법원장이 국회와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행한 자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만 파악하면 각계각층에서 대법원장의 사퇴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도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결과의 측면에서 사법행정위원회 또는 사법평의회의 위상 및 권한 강화로 변화하는 디딤돌이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과 관련해 사퇴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법조계, 법원 내부의 구성원들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한 다음에 정치권과 일부 단체들이 법관들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면서 사법행정위원회나 사법평의회의 권한 확대를 입법화하고, 그것에 더 나아가 대법관과 법원장 등의 고위법관에 대한 주요 인사권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이러한 사법행정위원회나 사법평의회가 그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여러분은 동의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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