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경선 내건 국민의힘..흥행은 '글쎄'
17일로 4·7 재보궐선거가 49일 남았습니다. 보수 야권에선 ‘국민의힘’ 조와 ‘안철수-금태섭’ 조가 나뉘어 1차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각조의 승자가 다시 2차 경선을 치르면 보수 야권의 단일화가 완성됩니다.
야권에선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트로트 열풍을 이끈 티브이(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방식을 차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는데요. 경선 규칙을 짠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도 이런 요구를 고려해 숨겨진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고 유권자 앞에서 직접 검증받는 모습을 통해 흥행몰이를 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선거전이 중반을 향해갈수록 시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멀어지고, 후보인지도 대결에 그치는 분위기입니다.
당심 보다 민심? 따르는 것 맞나요
현재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경선 방식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스타 발굴, 대중적 지지층 형성, 감동적 이야기 등이 엮여있는 <미스터트롯>의 인기 요소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듯합니다. ‘1 대 1 맞수 토론’의 긴장감은 어느 정도 조성돼 있지만 경선의 판세를 뒤엎을 만큼의 결정적인 반전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토론을 지켜본 시민평가단의 선택도 인지도 평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관위는 네 차례나 진행하는 이번 토론의 승패를 가르기 위해 평가단 1000명을 꾸렸는데요. 서울·부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50명씩 추천 명단을 받았고, 이 중 무작위로 1000명을 추렸다고 합니다. 당협위원장들이 당원·비당원을 가리지 않고 추천했다고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평가단 절대다수가 당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 때문에 ‘당심보다 민심을 따르겠다’던 공관위의 취지와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공관위는 어떤 후보가 평가단 1000명 가운데 몇 명에게 선택받았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승자만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투명한 평가는 오는 23일 오세훈-나경원 후보가 맞붙는 토론이나 후보 전체 합동토론에서 후보 개인들과 당에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평가를 받는 방식이었어야 했다. 몇 대 몇으로 졌는지도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5일 부산시장 예비후보 간 ‘맞수 토론’에서도 박민식·박형준 후보가 나란히 토론 승자로 선택을 받았는데요. 토론 능력보다는 지역 조직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영향을 주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 남은 토론회로 주도권 가져올 수 있을까
새달 2∼3일 100%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결정됩니다. 앞으로 후보 1명에게 남아있는 토론 횟수는 ‘1대 1 토론’ 두 차례, 단체 토론 한 차례 등 세 차례입니다. 오는 18일(부산), 19일(서울), 22일(부산), 23일(서울), 25일(부산), 26일(서울)까지 빡빡한 스케줄이 후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후보들이 지역 곳곳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고 시민들과 만나며 이슈를 만들고 있지만 다소 침체된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이날까지 두차례 티브이토론, 현장 방문, 공약 발표를 이어가며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의 추이가 이런 분위기를 증명합니다.
국민의힘 쪽에선 오세훈-나경원 후보의 경쟁구도를 제외하고 경선 판세가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군소후보들은 남은 토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부산의 경우, 후보들이 1차 토론에 이어 에스엔에스(SNS)상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폭로전을 계속하면서 남은 선거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표출됩니다.
한편 18일 진행될 안철수-금태섭 예비후보의 토론은 한차례 파행 끝에 시기가 밀리면서 예상보다 탄력이 붙지 않는 모습입니다. 두 사람은 이번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4년간의 평가와 대안’이라는 주제를 놓고 1시간40분 동안 토론을 하게 되는데요. 한때 같은 배를 타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두 사람이 어떤 토론전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관전 포인트는 그간 “토론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 후보가 얼만큼 달라졌는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야권의 경선에 대해 “지지층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야권의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어떤 실수를 할지, ‘오세훈-나경원’이라는 대결 구도가 토론에 어떤 긴장감을 줄지를 눈여겨 봐야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바로가기 : ‘강경보수 깃발로 이기겠냐’ 묻자…나경원 “국민 흐름 같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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